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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맞짱 노환규의 범상치 않은 삶의 내력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3-10 19: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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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와 맞짱 노환규의 범상치 않은 삶의 내력  
▲ 노환규 의협 회장이 의사 집단 휴진이 강행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 건물에서 기자회견에 나섰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태가 발생한 10일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이라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이에 노환규 의협 회장은 ‘정부가 거짓 선동을 한다’며 맞섰다. 노 회장이 의협을 강경하게 이끌고 있는데다 그동안 살아온 내력도 범상치 않아 부러지더라도 쉽게 휠 것 같지 않다고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의사 집단 휴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휴진에 참여한 의사들에 대해선 “특정 집단이 기득권과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변화에 저항하고 사실관계까지 왜곡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묻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는 강한 태도를 견지했다. 지난 철도파업 때도 천명했던 ‘비정상의 정상화’ 원칙에 따라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에게 강경한 대응을 보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이끈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게 이런 경고가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노 회장은 연세대 의과대학 출신으로 1995년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전임의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아주대병원 흉부외과 조교수로 재직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노 회장은 기행으로 유명했다. 민주화 시위 행렬 사이로 오토바이를 탄 채 달려 들어갔다는 일화가 언론에 소개될 정도였다.

노 회장은 1999년 교수직을 그만두고 건강관리 서비스 업체인 에임메드를 설립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AK존스의원 의사와 핸즈앤브레인 회사 경영을 병행하며 CEO로서 경력을 쌓았다. 동시에 2001년 연세대 정보대학원, 2009년 경희대 행정대학원에서 정보학 및 리더십 고위과정을 밟으며 일반적 의사와는 다른 행보를 걸었다.


그의 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창립도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2009년 9월 전의총을 만들자마자 대표를 맡은 노 회장은 원격의료와 의약분업 등 의료계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의사와 제약사 간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지자 노 회장은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은 원인은 의사가 아닌 제약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책임을 주장하면서 ‘리베이트 쌍벌제’를 건의했던 한미약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여 당시 임선민 한미약품 사장의 공식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당시 의협을 이끌던 경만호 회장과의 갈등도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경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11월2일 이산가족 상봉단 방북 전날 만찬에서 ‘오바마(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건배사를 했다가 성희롱 논란을 빚었다.

노 회장은 일부 의협 회원들과 함께 언론에 사과 광고를 게재하는 등 경 전 회장 퇴진 운동을 주도했다. 그 과정에서 각종 법적 다툼이 이어졌다. 노 회장이 의협 회장 선거 간선제 채택에 반발하며 직접 경 전 회장에게 달걀과 액젓을 던지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서 노 회장의 이미지는 ‘싸움닭’으로 굳어졌다.


다만 노 회장의 적극적 행보는 젊은 의사들에겐 좋은 인상을 줬다. 이때 인터넷 의사 커뮤니티 ‘닥터플라자(닥플)’를 중심으로 노 회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노 회장은 ‘의협엔 혁명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2011년 11월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2012년 3월 벌어진 제37대 의협 회장 선거에서 노 회장은 유효표 1430표 중 58.7%인 839표를 얻으며 회장이 됐다.

그는 “의사가 당당하게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당선 3일 만에 경 전 회장에게 달걀을 투척한 일로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게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지자들의 항의에 힘입어 2012년 5월 정식으로 회장에 취임했다.


노 회장은 ‘쇼맨십’도 강하다. 그는 2012년 7월25일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님 안녕하십니까?’라는 광고를 내 임 장관에게 대화를 요구했다. 당시 임 장관은 광고를 통한 대화제의를 정치적 행동으로 규정하고 응답을 거절했다.


노 회장은 의사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포괄수가제 반대운동을 주도했던 것은 대표적 사례다. 포괄수가제는 특정 질병에 대해 치료행위 전반을 묶어 동일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진찰료와 검사료 등 각 의료행위마다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하는 행위별수가제가 과잉진료와 의료비 급증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대안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노 회장은 포괄수가제 도입이 의료 서비스의 전반적 질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하며 반대운동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포괄수가제를 찬성한 병원협회를 ‘경영자 모임’이라 비난하며 의료공급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해 갈등을 일으켰다.


노 회장은 돈 문제도 거침없이 얘기한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돈 얘기 당당하게 합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에서 “전문의의 평균 연봉 9200만원은 주간 노동시간과 위험비용·응급호출로 인한 삶의 질 하락 등을 고려하면 적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은 의사가 연봉 3000만원을 받기를 바라지만 자신들의 심장수술은 3000만원짜리 의사에게 맡기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 회장은 의협을 정치적 세력으로 만들려 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12년 9월 공문을 돌려 의협 회원과 의료기관 직원들에게 민주통합당 경선에 참여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10일 시작된 의사 집단 휴진은 노 회장이 던진 승부수다. 원격의료 문제를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자 직접 파업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참여율은 저조하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10일 낮 12시 기준 전국 동네의원 2만8691곳 중 8339곳(29.1%)만 휴진했다. 전국의 전공의도 총 1만7000명 중 31%인 4800명만이 파업에 참가했다. 노 회장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이제라도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원격의료 등 현안에 대해선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의협은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2차 집단 휴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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