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가 한국 등 신흥국 주식시장에 단기적으로 호재지만 국제 환율전쟁의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0일 “미국은 단기적으로 달러화 약세를 밀어붙여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얻어내려는 것”이라며 “미국의 일방적 달러화 약세정책은 다시 국제 환율전쟁을 불러일으킬 위험도 있다”고 바라봤다.
▲ 달러 약세는 한국 증시에 단기적으로 호재이나 환율전쟁 가능성은 경계해야 할 것으로 30일 전망됐다.<뉴시스> |
달러화 약세 시기에는 선진국 주식보다 한국 등 신흥국 주식이 일반적으로 강세를 보이는데 최근 유럽과 일본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신흥국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원한다고 바라본다”며 “달러화 약세 시기에 가격이 상승하는 자산인 원유, 금,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도 올랐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달러화 약세는 실제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단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소비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9%로 높은 편이라 달러 가치의 하락은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한국처럼 국내총생산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9%에 불과해 원화 가치를 낮춰 수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높이는 경우와 대비된다.
김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는 미국 내 자산을 헐값으로 해외투자자들에게 파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며 “미국 경제가 좋지 않다면 달러화 약세를 추진할 수도 있으나 현재 미국은 사상 최장기간의 호황”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이 달러화 약세를 유지하는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의 낮은 지지율이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지율 낮은 상태에서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이다. 그 대응책으로 달러화 약세 등을 이용해 외국 기업의 공장을 미국에 짓게 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 등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오후 세이프가드 명령에 서명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데 강력한 동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달러화 약세를 유지하면 2015년 국제 금융시장의 환율전쟁이 재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24일 다보스 포럼에서 “달러화 약세를 환영한다”며 환율 정책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합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25일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므누신 장관의 발언은 국제적 합의 파기”라며 비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미국은 강한 달러를 원한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2016년에 G-20 회의 등을 통해 환율전쟁을 끝내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을 중단하기로 하는 이른바 ‘역플라자 합의’를 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