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비 기자 yblim@businesspost.co.kr2018-01-29 17: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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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시작되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놓고 투자자들의 시선이 엇갈린다.
실명제가 실시되면 거래질서가 안정되면서 시세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강도높은 규제로 진입장벽이 높아져 신규 투자자의 유입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도 있다.
▲ 29일 금융권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실시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오프라인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블록스의 모습. <뉴시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30일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실시된다.
거래 실명제는 실명이 확인된 은행계좌를 통해서만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고팔 수 있는 제도다.
기존에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생성되는 가상계좌를 이용해서 거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명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이에 따라 투기수요가 몰리고 거래자금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져 실명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계좌를 공급하는 은행은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광주은행 등 6곳이다.
이 은행들의 계좌를 보유한 투자자는 각 은행과 연계된 거래소에 계좌를 등록하고 가상화폐를 사고팔 수 있다. 은행에 등록돼 실명이 확인된 개인정보와 거래소에 등록된 개인정보가 일치하면 거래가 가능하다.
애초 금융권에서는 실명제 실시를 통해 신규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시세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가 나왔다.
가상화폐 시세는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대책이 나오면서 올해 들어 하락세를 탔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으며 빗썸에서 올해 1월 초 1BTC(비트코인 단위)당 2541만6천 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200~1300만 원대에서 머물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은 이것이 정부의 신규 계좌 발급 제한으로 거래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은행 6곳에 계좌를 보유한 이들이 새롭게 투자를 시작하면 거래가 활발해지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공식 제도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가상화폐에 덧씌워진 투기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거래계좌 발급이 까다로워지는 만큼 진입 장벽이 높아져 오히려 신규 투자자의 유입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계좌를 발급하는 6개 은행이 계좌개설을 원하는 사람의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하고 가상화폐 투자의 경우에는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에 6개 은행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던 사람 말고는 새롭게 계좌를 개설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등록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은행들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이 거래실명제를 도입한 이유가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에 제한을 걸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거래 가능성은 열어두지만 진입 조건을 까다롭게 해서 신규 투자를 최대한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당분간 가상화폐 관련 업무에서 소극적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실명제로 거래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신규 진입자보다 더 많으면 시세가 더욱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