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KB국민은행장이 국민은행의 기관영업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기관영업은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대형 병원, 대학교 등의 자산을 수탁하는 업무를 말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 행장은 1월 말에 입찰공고가 나오는 서울시금고 운영권 유치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서울시금고는 전체 자산만 20조~30조 원에 이른다. 우리은행이 전신인 대한천일은행 시절부터 103년 동안 단독으로 운영해 왔는데 이번에 복수사업자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허 행장은 최근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에게 “서울시금고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며 “복수입찰이 가능할 경우 적극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서울시가 금고은행을 복수로 선정하겠다고 확정할 경우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행장은 올해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공기관 6곳과 서울시를 비롯한 광역자치단체 5곳, 대전지방법원 등 법원 5곳 등의 주거래은행이 새로 선정되는 데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국민은행 조직개편에서 기관영업부서를 기관영업본부로 확대해 영업경쟁력을 강화했다.
허 행장이 임명한 김동현 기관영업본부장도 직전에 경북지역영업그룹 대표로 일하면서 지방 유명병원인 문경제일병원과 에스포항병원 등을 주거래고객으로 확보했다.
허 행장은 국민은행이 개인소매금융에 강한 반면 기관영업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을 보완하고 기관 임직원이나 연계된 다른 기관 등을 새 수익원으로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허 행장은 지난해 10월 국민은행장으로 내정됐을 때부터 기관영업 전문가로 주목을 받았다. 그도 여러 매체와 인터뷰에서 대형 기관영업을 더욱 공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을 내보였다.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시절 국군 병사들이 가입하는 나라사랑카드와 경찰공무원 대상의 저금리 ‘무궁화대출’ 등의 사업권을 유치하는 실무를 진두지휘했다.
허 행장이 부행장으로 일하는 동안 국민은행이 아주대병원과 서울적십자병원 등 대형 병원들과 주거래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허 행장이 국민은행장으로 결정된 이유로 뛰어난 기관영업 능력이 꼽히기도 했다”며 “그만큼 올해 기관영업 경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손태승 우리은행장 등도 올해 들어 기관영업 강화를 앞다퉈 추진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