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제1차 한미FTA 개정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
한미FTA 개정협상이 시작됐다.
우리측 대표로 나서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강단있는 통상 전문가로 꼽힌다.
5일 한미 통상당국은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1차 개정협상을 한다.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이 협상단의 수석대표를 맡아 마이클 비먼 USTR 대표보를 상대한다.
이번 개정협상에서 미국은 자동차 잔여관세 철폐, 자동차·철강 원산지 기준 강화, 농산물시장 추가 개방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개선, 미국산 쇠고기 세이프가드 기준 완화 등으로 맞대응 전략을 짰다.
한미FTA 개정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가 강경해 협상이 수월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FTA를 ‘재앙’이라고 언급하며 폐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대표단의 부담은 더욱 크다.
대표단을 이끄는 유 국장은 4일 미국 버지니아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공항에서 특파원들을 만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이익의 균형을 이루면서 우리 국익을 반영할 수 있는 협상을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유 국장은 지난해 12월1일 한미FTA 제2차 공청회에서도 “미국이 개정을 요구하는 범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우리도 국익 극대화를 위한 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유 국장은 보기 드문 여성 통상 전문가이지만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만큼이나 강단 있는 교섭가로 통한다.
유 국장은 예전 한-싱가포르FTA 협상 때 싱가포르가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자 그대로 협상장을 나가버릴 정도로 배포를 보여줬다. 김 본부장은 과거 한미FTA 협상에서 협상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두고 협상결렬을 선언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한미FTA 개정협상을 앞두고도 유 국장은 한미FTA 폐기를 언급했다. 한미FTA 폐기를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김현종 본부장과 동일한 시각을 공유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유 국장은 지난해 11월22일 농축산업계와 간담회에서 “한미FTA 폐기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도 지닌 옵션”이라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협상은 타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5일 미국 입국 인터뷰에서도 “모든 가능성에 다 대비하고 있다”며 FTA 폐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첫 시작을 앞두고 있으니 여기까지만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유 국장은 통상교섭본부뿐 아니라 산업부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여성 고위직이다. 외교부 최연소 과장, 산업부 첫 여성 국장 등 신화를 써내려온 인물이기도 하다.
유 국장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나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시 35회 출신으로 1992년 총무처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1995년 통상산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1996년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상에 참여해 국제 통상협상 무대에 진출했고 1998년 통상교섭본부 출범에 참여했다.
통상협상에서 법률지식은 필수라는 생각에 1999년 미국 밴더빌트대 로스쿨을 나와 뉴욕과 워싱턴DC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2005년 외교통상부 초대 정책과장에 올랐고 주중대사 참사관, 청와대 외신 대변인 등을 거쳐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여성으로서 첫 국장급인 FTA교섭관 겸 동아시아FTA추진기획단장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도 고위급 대면회의 대표를 맡았다. 9월 유 국장은 한미FTA 개정협상 총괄을 위해 워싱턴 상무관으로 발령받은 여한구 전 통상정책국장의 후임으로 자리를 이어받았다.
과거 한미FTA 협상 때 서비스·경쟁분과장을 맡았다. 한미FTA로 미국은 서비스분야에서 연간 100억 달러 이상 흑자를 보고 있는데 유 국장이 개정 협상 과정에서 서비스분야를 협상카드로 활용할지도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