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8-01-04 16: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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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자체 유통망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 가격을 통신사를 통해 출시하는 가격과 같도록 책정하기로 하면서 이동통신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3사는 스마트폰을 직접 구매해 별도로 통신서비스를 가입하는 소비자가 늘면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 알뜰폰 사업자에게 가입자를 뺏겨 타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부터),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3월에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S9부터 자급제 스마트폰과 비자급제 스마트폰을 같은 가격으로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자급제폰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급제폰은 제조사가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유통점에서 판매하는 휴대폰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지금도 자급제폰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통3사를 통해 출시하는 스마트폰보다 가격이 10%가량 비싸다.
국내 스마트폰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자급제폰 활성화에 나서면서 현재 8%에 불과한 자급제폰 비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도 조만간 통신사를 통해 판매하는 스마트폰과 가격 차이가 없는 자급제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선택약정할인율이 20%에서 25%로 오른 뒤 자급제폰 활성화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급제폰을 구매해 통신사에서 따로 가입을 하면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가 지급하는 단말기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선택약정할인 상향으로 단말기 지원금을 선택하는 경우가 줄어든 만큼 자급제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급제폰은 어느 통신사에 가입해도 네트워크 측면에서 불편함이 없고 통신사를 통해 판매되는 스마트폰과 달리 광고성 애플리케이션(앱)도 깔려있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며 “최근 자급제폰으로 판매되는 샤오미 ‘미A1’과 블랙베리 ‘프리브’의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통3사는 자급제폰이 활성화로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급제폰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면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부분적으로 실행되는 셈이어서 이통3사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통3사는 매년 판매점에 판매 장려금, 단말기 지원금 등으로 약 3조4천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데 자급제폰이 활성화되면 이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통3사가 기존에는 지원금 등 마케팅 비용을 통해 유통 채널을 장악했지만 자급제폰 판매가 활성화될 경우 서비스 경쟁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자급제폰 활성화가 이통3사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장벽이 낮아져 가입자를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그동안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확보하기 어려워 가입자 유치에 한계가 있었는데 자급제폰이 활성화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알뜰폰협회도 지난해 12월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에서 자율적으로 단말기 자급률을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통3사은 최근 자급제폰 활성화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무약정 사용자에게 데이터 제공 용량을 2배 늘려주는 유심요금제를 출시했다. 유심요금제는 보유한 휴대폰 공기계에 유심만 새로 구입해 가입하면 돼 자급제폰에 적합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자급제폰 활성화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SK텔레콤이나 KT도 조만간 유심요금제를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