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금융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 밖에 있는 호텔롯데 등에 넘기고 있다.
신 회장이 지주사체제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금융계열사 지분 처리 문제를 놓고 시간을 벌면서 롯데케미칼 지배력 확보를 시도할 수도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지주와 비상장 계열사 6곳의 합병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흡수합병 대상인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 금융계열사 지분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에 각각 넘겼다.
롯데지알에스와 한국후지필름, 대홍기획이 나눠 소유하고 있던 롯데캐피탈 지분 12.61%는 호텔롯데로, 대홍기획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손해보험 지분 16.22%는 부산롯데호텔에 매각됐다.
롯데지주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금융계열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는 만큼 지주사체제 밖에 있는 계열사에게 금융계열사 지분을 넘긴 것이다.
부산롯데호텔의 최대주주는 호텔롯데이고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인 만큼 금산분리를 포함한 지주사 관련 국내규제를 받지 않는다.
호텔롯데는 롯데물산과 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고리를 형성하고 있어 한일 롯데를 연결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지분 매각에 따른 롯데캐피탈 주주 구성의 변화를 살펴보면 호텔롯데가 지분 39.37%를 소유해 최대주주 지위를 더욱 굳건히 했고 그 뒤로 롯데지주 25.64%, 롯데건설 11.81%, 부산롯데호텔 11.47% 등이다.
롯데손해보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호텔롯데가 지분 23.68%로 최대주주이고 부산롯데호텔이 지분 21.69%를 확보해 2대주주로 올라섰다.
신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은 뒤 지배구조 개편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93.78%와 롯데캐피탈 지분 25.64%도 이른 시일 안에 호텔롯데 등에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신 회장이 롯데지주 출범 이후에도 금융계열사 대부분을 그룹 품에 안고 가기로 마음먹은 상황에서 금융지주사를 세우기가 여의치 않은 만큼 롯데지주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을 일본롯데 쪽으로 넘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등 지주사체제 밖에 남아있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 롯데지주의 영향력을 키우고 일본롯데 측의 지배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지주는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을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과 교환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며 “이 경우 금융계열사 처리 이슈는 사라지고 롯데케미칼 지분을 확보해 배당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롯데물산은 롯데케미칼 지분 31.3%를 보유하고 있는데 롯데케미칼은 2015년 영업이익 1조3357억 원, 2016년 2조5천억 원, 지난해(추정치) 2조9천억 원을 내면서 롯데그룹의 대표적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다만 신 회장이 중장기적으로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롯데지주와 합병해 모든 계열사를 아우르는 완전한 형태의 지주사를 만들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이런 방안은 당분간 시간을 버는 데 그칠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을 호텔롯데 등에 넘기는 것은 궁극적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다만 시간을 두고 제도변화 등을 살피며 금융계열사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여유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