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극장가에 한국영화 3편이 맞붙었다.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한 ‘강철비’, ‘신과함께-죄와 벌’에 이어 마지막 주자인 ‘1987’이 개봉했다.
세 영화 모두 제작비가 많이 든 대작인 데다 관객이나 평론가의 평가도 좋은 편이어서 진검승부가 새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 '1987'이 27일 개봉했다.
1987은 올해 내놓은 영화마다 부진했던 CJE&M이 선보이는 마지막 카드다. 개봉 첫 날인 만큼 아직 성적표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평론가 평점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87은 네이버영화에서 기자 및 평론가 평점이 8점에 이른다. 올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에서 작품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남한산성’의 평론가 평점은 7.5점이었다. 청룡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택시운전사’의 평론가 평점은 6.9점에 그쳤다.
평점을 낮게 주기로 유명한 영화평론가 박평식씨는 1987을 놓고 ‘뜨겁고 아프다, 감사!’라고 평가하며 7점을 줬다. 박씨는 신과함께에는 ‘액션과 청승의 중국화’라는 혹평과 함께 4점을 줬다.
영화 1987 장준환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로 데뷔했는데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독보적 데뷔작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뒤를 이어 선보인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로도 관객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1987은 1987년 민주화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다. 영화배우 김윤석씨, 하정우씨, 유해진씨가 출연했다.
김윤석씨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대사를 내가 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그 말이 일간지 헤드라인에 도배된 것을 본 세대”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박 처장역을 맡았다.
올해 유일한 천만영화 택시운전사가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뤄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점 역시 1987의 흥행을 놓고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두 영화는 7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삼고 있다. 아픈 역사를 놓고 대중에게서 정서적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다. 정치적 소재를 다룬 만큼 영화를 놓고 정치인들의 관람과 평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 역시 흥행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 역시 흥행에 청신호를 켠다. 올해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모은 택시운전사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뤘고 천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 가운데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변호인’도 실화를 바탕으로 삼았다.
1987의 총제작비는 145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410만 명이다.
다만 신과함께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점은 1987 흥행에 부담을 안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약이 될 수도 있다.
영화 한편이 흥행 대박을 터트린 뒤 작품성과 완성도가 받쳐주면 흥행기세를 이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실화 소재 현대극을 다룬 1987과 웹툰 소재 판타지물인 신과함께의 경우 관객층이 겹칠 우려가 적다.
신과함께는 20일 개봉했는데 27일 관객 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의 첫 천만영화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신과함께는 사후세계를 다룬 판타지영화다. 한국영화 가운데 보기 드문 판타지영화라는 점에서 차별화를 원하는 관객들에게 신선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동안 한국영화에 주로 형사와 검사, 조직폭력배가 등장해 장르가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원작 웹툰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는 점이 부담요인이었지만 주요 캐릭터를 없애고 설정을 바꾸면서 오히려 웹툰을 보지 않은 대중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모성애와 효심 등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점도 흥행요인으로 꼽힌다.
신과함께는 1편과 2편이 동시에 제작됐는데 편당 제작비는 20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이번주 안에 편당 손익분기점 600만 명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