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기업이었던 텔콘이 바이오기업으로 변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며 코스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텔콘은 최대주주인 엠마우스 등 계열사들이 개발한 신약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받는다.
◆ 텔콘, ‘제2의 신라젠’으로 시선 몰려
25일 증권가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텔콘 주가의 움직임을 놓고 올해 하반기 증시를 달궜던 신라젠의 주가흐름과 유사하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텔콘 주가는 9월까지 3천~4천 원대를 유지했으나 10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12월7일에는 1만7250원으로 장을 마치며 시가총액이 1조4천억 원에 이르기도 했다. 이후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12월22일에는 1만29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텔콘은 적자기업이다.
텔콘은 지난해 매출 298억 원, 영업손실 71억 원을 냈으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29억 원, 누적 영업손실 63억 원을 보이고 있다.
적자행진에도 최근 텔콘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최대주주인 미국 엠마우스가 신약개발에 성공하면서 텔콘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엠마우스는 재일교포 2세인 유타카 니이하라 대표가 만든 바이오기업인데 겸상적혈구질환 치료제인 ‘엔다리’를 개발해 올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판매를 허가받았다. 엔다리는 겸상적혈구 질환을 앓고 있는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FDA에서 승인받은 최초의 치료제다.
겸상적혈구 질환은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변하는 희귀질환으로 미국에서만 약 10만여 명,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앓고 있다.
텔콘은 엠마우스와 엔다리의 주요 원료인 L-글루타민(PGLG)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최근 엔다리의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텔콘도 실적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텔콘은 엠마우스가 개발하고 있는 게실증 치료제 신약의 한국과 중국, 일본의 독점판매권도 확보했다.
게실이란 위나 소장, 대장 또는 담낭, 방광 등 장기 바깥쪽에 돌출한 비정상적 작은 주머니를 말한다. 게실이 생기면 게실염, 출혈, 과민성대장증후군, 천공, 누공, 장폐색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엠마우스가 개발하고 있는 게실증 치료제는 내년 임상3상을 거쳐 2019년 말 FDA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호재에도 텔콘 주가흐름을 놓고 비정상적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주가 상승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텔콘의 시가총액은 22일 종가기준으로 9416억 원에 이른다. 텔콘이 1조 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가 있느냐를 놓고 ‘거품’ 논쟁도 불거지고 있다. 텔콘이 올해 납품한 엔다리 원료의약품의 매출은 수십억 원 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 텔콘, 어떻게 바이오기업이 됐나
텔콘은 통신장비업체다. 기지국 내부에 들어가는 전자주파수케이블과 커넥터를 생산하고 있다.
1999년 케이엠더블유로부터 자회사로 분사했고 2014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케이엠더블유는 2016년 텔콘을 매각했다. 스마트폰용 증착장비 전문기업인 한일진공이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텔콘을 인수했다.
텔콘은 주인이 바뀌면서 바이오사업을 시작했다.
텔콘은 2016년 4월 의약품 제조업체 셀티스팜을 인수했고 회사이름도 셀티스팜에서 텔콘제약으로 바꿨다. 같은해 6월에는 중원제약도 인수했다.
2016년 7월에는 의약품 개발회사 비보존을 인수했다.
비보존은 ‘일라이 릴리’, ‘존슨앤존슨’, ‘암젠’ 등 미국 글로벌 제약사에서 신약개발을 경험한 이두현 박사가 2008년 창업한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이두현 박사는 텔콘의 대표도 겸직하며 텔콘과 비보존의 바이오사업 총괄을 맡았다.
이후 텔콘은 올해 6월 최대주주가 엠마우스로 바뀌었다. 엠마우스는 텔콘의 자회사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케이피엠테크의 2대주주였는데 텔콘을 인수해 원료의약품 생산계열사로 편입한 것이다.
엠마우스는 올해 10월 이두현 박사를 텔콘 대표로 재신임했다.
이 대표를 정점으로 계열사들의 바이오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보존 또한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비보존은 비마약성 진통제 신약 ‘오피란제린’을 개발하고 있는데 현재 글로벌 임상3상을 준비하고 있다.
비보존은 내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유럽, 중국, 일본 제약업체와 비마약성진통제 신약 오피란제린의 기술 이전을 논의한다.
이두현 대표는 “텔콘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기업으로 이끌기 위해 1~2 년 안에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며 “최종 목표는 ‘토탈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2의 존슨앤존슨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