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내놓은 주35시간 근로시간 단축안을 놓고 노동계와 정치권이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치권은 이를 계기로 근로시간 단축 노력이 확산되기를 바라는 반면, 노동계는 기만하는 시도라고 깎아내렸다.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진다 해도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 우원식 “신세계그룹 근로시간 단축 적극 환영”
13일 정치권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내놓은 주35시간 근로시간 단축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대통령 공약이었던 근로시간 단축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여당은 유통 대기업이 내놓은 과감한 근로시간 단축안을 칭찬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세계·이마트의 근로시간 단축안과 관련해 “적극 환영한다”며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새 정부 국정과제 실현과 노동자의 '저녁있는 삶' 보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반겼다.
그는 “신세계의 이번 조치는 동종 유통업계는 물론이고 산업 전반에서 근로시간 단축논의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현행 주당 68시간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간사 합의안까지 만들고도 일부 위원의 반대로 의결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앞장서 근로시간을 단축하자 우 원내대표가 쌍수를 들고 환영한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입법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신세계처럼 영향력이 큰 대기업이 자율적 시행 방침을 밝혀 논의 과정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신세계의 파격적 조치가 현장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도 생산성 측면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 당국도 다각도의 지원책을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야당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신세계의 파격 선언은 신선한 충격”이라며 “멕시코에 이어 두번째로 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단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 마트노조 “최저임금 무력화 꼼수”
하지만 마트 노동자들의 반응은 정치권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마트는 일단 임금 삭감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사실상 최저임금의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 민주노총 마트노조가 12일 명동 신세계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업계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올해 주당 40시간 근무한 최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25만8800원을 받는데 내년에는 30만1200원을 받는다. 하지만 35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26만3550원을 받게 돼 올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마트 근로자들은 장기적으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는 걸 대비한 방안을 신세계그룹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이 실현되면 주 40시간 근로자는 월 209만 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마트 노동자는 183만 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동자 한 명당 월 26만 원의 적게 지급하는 구조이며 이마트가 매년 500억 원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또 지난해 이마트가 임금체계를 개편해 최저임금을 무력화한 사실을 들어 포장만 바꿔 또다시 임금체계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말 반기성과급액을 월할 고정급으로 변경하면서 실질임금을 2%만 올렸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7.3%이 사실상 무력화된 셈이다.
인력충원 계획이 전무하다는 점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마트는 폐점시간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영업시간을 줄여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할 수 있다고 봤다. 특별히 고용을 늘리려는 계획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마트는 공장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한 시간 줄어든다 해도 업무 총량이 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현숙 마트노조 롯데마트지부장은 이미 롯데마트의 일부 근로자가 7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며 “고객이 붐비는 시간에 늘 인력이 부족하고 연차나 법정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화 홈플러스지부장은 “일곱시간 근무 노동자도 여덟시간 근무 노동자와 비슷하게 퇴근할 때가 많다”며 “그런데도 임금은 크게 차이나 일곱시간 근무자들은 대부분 여덟시간 근무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안영화 이마트지부장은 “충원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노동자들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시간을 단축하려면 인원을 보충해야 하는데 순서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