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이 인기를 얻고 있다. 릴은 후발주자라는 약점과 담뱃세 인상이라는 악재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릴의 흥행요인 중 하나인 가향물질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나타나고 있어 불안하다. 가향담배 규제가 이뤄질 경우 KT&G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과 전용스틱 핏. |
5일 업계에 따르면 KT&G가 11월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릴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릴은 사전예약 첫날부터 초도물량 7천 대가 완판됐고 다음날 추가공급까지 1만 대가 모두 소진됐다. 서울지역 GS25 편의점에만 판매하는데도 판매 5일 만에 1만 대 판매를 넘어서는 등 선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릴의 장기적 흥행 전망도 밝게 본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5일 “KT&G는 성공적 제품 출시로 2020년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을 47.6%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전자담배 릴은 수요가 공급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며 “세금 인상이 예상되는 12월 이후부터 점유율 상승세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릴의 인기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이 인상됐음에도 관련 제품 제조사 중 유일하게 가격동결을 확정한데다 전용스틱인 핏이 시장점유율 1위인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와 호환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특히 KT&G의 기술력인 가향캡슐을 적용한 부분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KT&G는 전용스틱 핏에 업계 최초로 가향캡슐을 탑재했다. 핏 체인지는 박하향, 핏 체인지업은 애플민트향이 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특유의 찐 냄새가 있어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핏의 경우 멘톨, 애플민트 등의 향이 이를 상당부분 줄여 전자담배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용자들을 쉽게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릴 판매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핏 판매량은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최초로 전자담배 스틱에 가향 캡슐을 적용한 점이 기존 아이코스 사용자들에게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릴이 언제까지 가향스틱으로 재미를 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그동안 느슨했던 관련 규제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가향담배를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입법 추진에 적극적이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월28일 가향물질 함유량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판매·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박 의원은 “가향담배는 불쾌한 맛을 감소시켜 흡연을 조장할 뿐 아니라 니코틴이 폐에 용이하게 흡수되도록해 니코틴 중독효과를 높이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3월 가향캡슐이 사용된 담배를 제조하거나 수입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도 담배에 포함된 가향물질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9월 ‘가향담배가 흡연시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향담배는 흡연 유인효과가 있고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은 낮은 것으로 나타냈다. 정부는 내년에 가향담배 규제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담배에 가향물질이 첨가된 경우 포장이나 광고에 이를 표기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정도의 규제만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담배회사들이 아이스, 프레소 등의 이름을 사용해 사실상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