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7-12-03 0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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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영 대표가 세운 유나이티드제약이 제약업계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강 대표는 ‘개량신약’에 집중하는 경영전략으로 유나이티드제약을 중견제약사로 키워냈다.
◆ 유나이티드제약, 개량신약 효과에 ‘훨훨’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나이티드제약의 개량신약 집중전략이 국내 중소제약사의 성장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 강덕영 유나이티드제약 대표.
유나이티드제약은 9종의 개량신약 판매 덕분에 올해 설립 30년 만에 연매출 2천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강덕영 대표가 부도난 ‘락희제약’을 인수해 1987년 12월 세운 회사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 1482억 원, 누적영업이익 253억 원을 냈다. 올해 4분기에 매출 518억 원 이상을 낸다면 창사 30년이 되는 해 최초로 연매출 2천억 원을 넘어서게 된다.
유나이티드제약은 그동안 계절적 성수기 영향으로 3분기보다 4분기에 더 많은 매출을 내왔기에 연매출 2천억 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3분기 매출은 447억 원, 4분기 매출은 462억 원이었다.
유나이티드제약의 고성장은 개량신약 판매 덕분이다.
개량신약이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약을 제형이나 용법, 용량 등을 바꿔 복용 편의성을 높인 약을 말한다. 주로 하루 2~3번 먹는 알약을 연구개발을 통해 1일 1회만 먹어도 되도록 개량하거나 두가지 이상의 성분을 합친 복합제 등이 대표적이다.
개량신약도 엄연한 신약이기에 개발 특허권이 보호된다. 이에 따라 일정기간 독점 판매권과 높은 영업이익률이 보장된다. 반면 개발에 드는 비용은 신약보다 월등히 적다.
유나이티드제약은 2010년 클란자CR정을 시작으로 매년 1~2개의 개량신약을 내놓았다. 실로스탄 CR정, 가스티인 CR정 등 현재까지 9개 개량신약이 판매허가를 받았으며 10호 개량신약 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나이티드제약 매출에서 개량신약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10%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 20%대 중반까지 올라왔다. 유나이티드제약은 내년까지 개량신약 매출 비중을 50%대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수익률도 높아지고 있다. 개량신약의 마진율은 보통 25% 이상이다. 유나이티드제약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5%대에서 올해 3분기 22.76%까지 올라왔다. 제약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8%대 수준이다.
유나이티드제약 창업주인 강덕영 대표는 “수출 제품을 일반 복제약에서 개량신약으로 대체하지 않으면 같은 약을 더 싸게 공급하는 중국과 인도의 저가 공세에 언제든 시장을 뺏길 수 있다”며 개량신약에 집중 투자를 해왔다.
◆ 강덕영, 유나이티드제약 어떻게 키웠나
강덕영 대표는 스위스산도스제약 영업사원 출신이다.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ROTC로 군복무를 하고 나니 취업난이 닥쳤고 일자리를 준다기에 아무 생각없이 들어간 회사였다고 한다.
▲ 세종시 전동면에 있는 유나이티드제약의 스마트 공장.
강 대표는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이후 제약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1987년 종자돈 5천만 원으로 부도난 락희제약을 인수했다. 당시에는 제약업에 진출하려면 기존 면허를 사야 했다.
강 대표는 한국인이 주인인 글로벌 다국적제약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회사이름을 ‘유나이티드제약’으로 지었다.
이후 수출에 집중해 2001년에는 업계 최초로 완제의약품 수출 1천만 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수출에 집중해왔기에 국내보다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에서 인지도가 더 높다.
유나이티드제약은 회사이름 때문에 국내에서 외국계 회사라고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반대로 해외사업에서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유나이티드제약은 2009년과 2010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아시아 200대 유망 중소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유나이티드제약을 글로벌 제약사로 키우려면 신약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규모가 신약을 개발하기에는 작았다. 신약개발에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보통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데 유나이티드제약은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강 대표는 개량신약에 집중했다.
개량신약은 신약개발보다 개발기간이 짧고 개발비도 많게는 5분의 1, 적게는 수십분의 1에 불과하다. 인도나 중국 등 개발도상국 제약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격차도 존재한다. 유나이티드제약이 개발한 실로스탄CR정의 경우 20억 원의 개발비용이 들었는데 이는 신약개발에 비하면 20분의 1 수준이다.
강대표는 개량신약 개발을 위해 유나이티드제약 매출의 13%가량을 매년 연구개발비로 쏟아부었다. 이런 경영전략은 적중했고 유나이티드제약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주목받는 중견제약사로 성장하고 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현재 30여 종의 개량신약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강 대표는 유나이티드제약의 새 성장동력으로 ‘스마트공장 수출’을 생각하고 있다. 일종의 플랜트사업인 셈이다.
유나이티드제약은 1월 말 세종시에 스마트공장을 지었는데 생산에서 포장까지 모든 작업이 일괄적으로 작동되는 ‘완전 자동화 공장’이다. 인력은 기존보다 3분의 1로 줄었지만 생산성은 3~4배 가까이 향상됐다.
이 과정에서 외국업체에 공장건설을 맡기지 않고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세웠다.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덕분에 직접 생산 기계를 개발하고 특허도 보유하는 등 ‘원천기술’을 소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나이티드제약은 중소기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성장이라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