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7-11-28 16: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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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에 성공하더라도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에페글레나타이드, 트루리시티 넘어설까
28일 업계에 따르면 12월4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약품의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3상에서 경쟁사 제품을 크게 능가하는 효능이 입증돼야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
글로벌 임상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은 후천적 당뇨병인 ‘제2형 당뇨병’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번 임상3상에서는 환자들의 혈당조절 효과와 체중감소 효과 두 가지를 평가한다. 체중 감소는 당뇨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되기에 당뇨병 치료제의 중요 평가요소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인데 임상3상에서 ‘대조군’으로 설정한 다른 회사의 제품과 효능이 비교된다.
당뇨병 치료제는 크게 DPP-4 억제제 계열, GLP-1 수용체작용제 계열, SGLT-2 억제제 계열 등으로 구분되는데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계열은 경구용이고 GLP-1 계열은 주사제다.
GLP-1 계열은 주사를 맞아야하기에 불편하지만 혈당이나 체중조절 면에서는 강력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는 주1회 주사제가 출시되면서 불편함도 많이 개선됐다.
현재 출시된 주1회 주사용 GLP-1계열 당뇨병치료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듀리온, GSK의 탄제움, 릴리의 트루리시티가 있는데 트루리시티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트루리시티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10억 달러에 이른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임상3상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유의미하게 우월해야 상업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후발주자가 효능이 기존 치료제와 비슷하다면 의사들이 굳이 신약을 처방할 이유가 없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일단 트루리시티보다 우월한 효능을 보여야하는 것이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은 대조군이 어떤 의약품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1회 제형인 것으로 보아 트루리시티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에페글레나타이드, 험난한 경쟁 기다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2015년 11월 사노피에 총 5조 원 규모로 수출한 당뇨치료 신약3종세트인 ‘퀀텀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사노피는 이후 계약일부를 취소했지만 에페글레나타이드 관련 제품의 계약을 취소하지 않았다. 이는 일단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시장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개발되더라도 넘어야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말도 업계 일부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우선 제품출시가 최대한 빨라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보다 개선된 효능을 가진 당뇨병 신약이 계속 출시되기 때문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은 최소 52주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임상3상이 끝난 이후 허가기간도 1년 이상 필요하다. 임상3상이 이상적으로 진행되더라도 2019년 이후에야 에페글레나타이드 제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트루리시티보다 나은 효능을 보이는 신약과도 경쟁해야 한다.
사노피의 경쟁사인 노보노디스크는 현재 세마글루타이드라는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트루리시티보다 나은 임상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앞으로 세마글루타이드와 트루리시티의 경쟁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세마글루타이드, 트루리시티가 ‘Human GLP-1’을 골격으로 하는 반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바이듀리온과 같은 ‘exendin-4’ 골격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당뇨병 치료제시장에서 SGLT-2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SGLT-2 억제제 계열은 경구용으로 복용이 편리하고 혈당조절과 혈압개선, 체중감소 효과까지 뛰어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계열의 치료제보다 시장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월 1회 주사제로서 가능성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월 1회 주사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면 경쟁약물들보다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앞으로 월 1회 제형으로 추가 임상 3상이 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