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반도체사업 매각을 놓고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원만한 협상에 실패하며 낸드플래시 기술협력을 중단하는 강도높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반도체사업에 차질이 갈수록 커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경쟁업체들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다.
▲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일본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
23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과 반도체사업 매각 관련 협상에서 입장차를 좁히려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이 30일까지 신규공장 투자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을 경우 3D낸드 등 신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생산물량을 공급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닛케이는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와 법적분쟁을 멈추지 않는다면 반도체 신기술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며 “도시바가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사실상 압박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가 동의 없이 반도체사업을 매각할 경우 반도체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국법원 등에 매각중단과 조정신청을 요청했다.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의 반대에도 베인캐피털과 애플, SK하이닉스 등의 컨소시엄에 반도체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법적분쟁으로 매각이 지연될 위기에 놓여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올해 도시바와 이어진 협상에도 법적분쟁을 계속 벌일 것이란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도시바와 협력관계가 결국 와해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낸드플래시 공장운영과 3D낸드 등 기술개발에 모두 협력하고 있다. 도시바가 밝힌 대로 협력관계를 중단할 경우 양쪽이 모두 반도체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2, 3위 업체인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사업차질은 곧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부터 도시바 등의 공격적 시설투자로 낸드플래시 업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데 웨스턴디지털과 협력이 무산될 경우 도시바가 자체적으로 투자를 벌일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웨스턴디지털도 도시바의 3D낸드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면 사업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닛케이는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서로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는 만큼 결국 이번 분쟁의 결론이 법정까지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사업차질이 내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글로벌 1위업체로 시장지배력을 더 강화하고 SK하이닉스는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아오며 급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닛케이는 “웨스턴디지털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법적분쟁을 별도로 진행하려 하고 있지만 도시바는 관계를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