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통상이 실적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조짐이 커지고 있다. ‘평창롱패딩’의 인기 덕에 주가가 급등하고 저가경쟁력을 앞세운 신성통상의 다른 브랜드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신성통상은 주로 주문자상표부착(OEM)으로 의류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회사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니키라과 등 4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22일 신성통상 주가는 전일보다 2.28%(30원) 오른 1345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한 때 1490원까지 올랐다.
‘동전주’로 불리던 신성통상 주가가 서서히 굴욕을 벗고 있는 셈이다. 주가는 9월26일 최저가(880원)를 찍은 뒤 두 달이 다되도록 1천 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평창롱패딩’의 인기몰이 덕에 신성통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성통상은 평창동계올림픽 공식후원사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10월26일 평창롱패딩을 처음 선보였다.
평창롱패딩의 정식명칭은 ‘평창동계올림픽 구스 롱패딩’으로 출시가 되자마자 품절사태를 일으켰다. 보름 만에 2만3천 장이 팔렸고 22일 나머지 물량 가운데 3천 장 판매도 조기마감됐다. 24일과 30일 판매를 앞두고 있는 4천 장도 비슷한 속도로 ‘완판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명브랜드 패딩의 절반이 채 안 되는 가격에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점이 평창롱패딩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여기에 ‘평창올림픽 한정판’이라는 프리미엄도 한몫했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2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생산공정을 간소화하고 이익을 조금 줄이면 가능한 가격”이라며 “오래도록 단가 낮추려던 노력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 회장은 1983년 가방회사 ‘가나안’을 설립한 뒤 2002년 신성통상을 인수하면서 의류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폴햄’ ‘지오지아’ ‘올젠’ 등 대부분 저렴한 가격대의 브랜드를 내놓으며 패션의류시장에 안착했다.
신성통상의 SPA브랜드 ‘탑텐’도 덩달아 수혜를 보고 있다.
평창롱패딩의 품귀현상이 이어지자 탑텐에서 평창롱패딩과 비슷한 모양으로 출시한 오리털패딩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경쟁력을 앞세운 탑텐은 8월에 이미 스타필드고양점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한껏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8월17일 문을 연 탑텐 스타필드고양 매장은 일주일 만에 층별매출 1위는 물론 캐주얼존과 키즈존에서 매출로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움츠렸던 신성통상이 주목받으며 다시 반등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18일 롯데백화점 개장 전부터 인파가 몰리고 있다.
신성통상은 최근 몇 년 동안 실적이 부진했다.
6월 결산법인인 신성통상은 2016년7월~2017년6월에 연결기준 매출 8819억 원, 영업이익 91억 원을 냈다. 직전회계연도보다 매출은 5.56%, 영업이익은 무려 65.91%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영업이익 19억 원을 내는데 그치면서 실적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신성통상이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납품하는 갭, 포에버21 등의 운영현황이 나빠진 데다 수입라이선스 브랜드 유니온베이를 철수하면서 연매출 600억 원 정도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탑텐은 지난해 이화여대와 홍익대 부근에서 영업을 접은 데 이어 올해 가로수길 매장도 철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패션업계의 전반적 부진을 겪으며 신성통상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특히 탑텐의 경우 유니클로, 자라 등 SPA브랜드 사이에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