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메이커 스페이스’를 혁신창업의 킬러콘텐츠로 키워낼 수 있을까?
◆ 혁신창업의 중심 ‘메이커 스페이스’
1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창업의 중심에는 ‘메이커 스페이스’가 자리 잡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일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과 함께 혁신창업 추진전략의 일환으로 ‘한국형 메이커 스페이스 확산방안’을 발표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창조적 혁신의 확산과 혁신창업, 창업토대 마련을 위한 혁신창업 거점으로 ‘한국형 메이커 스페이스 확산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메이커 스페이스를 혁신창업 생태계 구축에 중요한 요소로 보고 힘을 실은 셈이다.
무언가 만드는 사람인 메이커(maker)의 공간을 뜻하는 메이커 스페이스는 청년, 퇴직자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3D프린터, 레이저커터 등 고가의 장비를 통해 머릿속에 있는 제품을 실제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선진국의 경우 메이커 스페이스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연결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 아래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한 자생적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창업성공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스마트시계시장에서 강자로 평가 받는 미국의 페블은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시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아 사업화에 성공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2015년 “메이커는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생명력을 보여주고 이런 창의성이야말로 중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엔진”이라며 메이커 스페이스의 확산을 강조했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을 중심으로 소량생산에 특화된 시드스튜디오(seeed studio) 등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 서울 성수 메이커스페이스 모습. <성수 메이커스페이스 홈페이지> |
한국에서는 9월 기준 126개의 메이커 스페이스가 운영되고 있다.
중앙정부 등 공공부문에서 92개를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는 민간영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 안으로 소규모 메이커 활동을 지원하는 일반랩 70개, 전문 메이커를 양성해 창업을 지원하는 전문랩 5개를 만드는 등 메이커스페이스를 지속적으로 늘려 2022년 일반랩을 350개, 전문랩을 17개까지 늘릴 계획을 세웠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단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업멘토링서비스, 메이커특레보증, 공공펀드 등을 통해 실제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중소벤처기업부, 메이커 스페이스 안착에 걸림돌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점은 메이커 스페이스 확산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예산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사업화 지원예산 263억 원을 두고 야당은 전액삭감, 여당은 원안고수를 주장하면서 고성이 오갔고 결국 창업사업화 지원예산 일부 삭감하는 선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메이커 스페이스 활성화를 위해 2018년에 예산 382억 원을 편성했는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 이후 아직까지 장관이 임명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야당은 훙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세금문제 등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결국 장관이 아직까지 임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홍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청문보고서 채택이라는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정책추진 과정에서 국회의 동의를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할 메이커 스페이스 운영방안에 장관이 크게 개입할 수 없다는 점도 메이커 스페이스 확산정책의 추진력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전 공모사업비용 분담방안, 수준별 장비구성과 시설조성계획, 연간 인력양성계획, 전문랩 세부지정·운영계획 등 구체적 사업운영계획을 12월 안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홍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하더라도 구체적 정책을 검토하고 관여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셈이다.
메이커스페이스 활성화 방안은 최근 발표된 정책인 만큼 홍 후보자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어떤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확실한 차별점을 보여줘야 하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었는데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메이커스페이스를 연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데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실질적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자칫하면 창조경제혁신센터처럼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