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이 용선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새 선박 건조를 발주할 가능성이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상반기 용선료가 2634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43.4%, 지난해 하반기보다 36.3% 증가했다.
팬오션은 하림그룹 해운선사로 하림그룹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가 팬오션 지분 50.89%를 보유하고 있다. 벌크선을 중심으로 탱커선, 가스선, 컨테이너선 등을 운용한다.
팬오션은 올해를 기점으로 벌크선 운임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에 발맞춰 선대를 선제적으로 늘려왔다.
팬오션은 상반기 기준 사선 81대와 용선 122대를 운용하고 있다. 2013년 말과 비교할 경우 사선은 1대 늘었지만 용선은 82대가 증가한 만큼 용선을 위주로 선박을 운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사선은 선사가 소유권을 보유한 뒤 운용하는 선박을, 용선은 선사가 선박주인으로부터 빌려서 운용하는 선박을 뜻한다.
팬오션은 올해 상반기 매출 가운데 22.8%를 용선료로 지출했는데 매출에서 차지하는 용선료 비중이 2015년 지난해 상반기보다 2.3%포인트 커졌다.
팬오션은 3분기에도 용선료 부담이 수익성을 올리는 데 발목을 잡았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바라봤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팬오션은 3분기 벌크선운임지수 상승폭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낮을 것”이라며 “용선 리스료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이에 따라 팬오션이 용선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신조 발주를 통해 용선 비중을 낮추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팬오션은 브라질 광석회사인 발레로부터 수주한 대규모 장기운송계약을 위해 대형광석선 4척의 신조를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오션은 한국의 조선사들과도 건조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조선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팬오션이 신조 발주에 나설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신조선가가 낮은 시기에 선박을 확보해야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조선해운전문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11월 첫째주 핸디막스 벌크선 기준 신조선가는 2300만 달러(257억5천만 원가량)로 집계됐다. 2015년 말보다 3.3% 낮은 수준이지만 2016년 말보다 5.3% 올랐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018년부터 조선사들의 수주잔고가 4년 만에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조선사가 선주들보다 가격협상력에서 우월한 입지에 놓여 선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팬오션이 신조 발주를 추진할 가능성이 낮다는 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선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벌크선 운임이 서서히 오르고 있어 신조 발주보다 용선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팬오션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11월2일 기준 벌크선운임지수는 1482포인트를 보였는데 올해 들어 2월14일 685포인트까지 떨어졌던 데서 116% 상승했다.
신조선가의 경우 벌크선운임의 상승에 힘입어 세계 해운사들의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증권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