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증강현실 헤드셋을 아이폰과 같은 주력상품으로 키워내기 위해 관련기술과 콘텐츠 연구개발에 온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도 가상현실에서 증강현실 중심으로 차세대 콘텐츠 사업전략을 선회하며 애플 등 경쟁 IT기업을 뒤쫓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 애플, 증강현실에 미래 걸어
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2019년 출시를 목표로 헤드셋 형태의 증강현실 콘텐츠 구동장치와 전용 반도체, 운영체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증강현실기기가 아이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혁신제품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미 연구자들이 다양한 핵심기능을 개발해 실험단계까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증강현실은 실제 주변환경에 가상의 이미지나 글자를 합성해 화면에 보여주는 기술로 사물인식과 정보안내, 게임 또는 자율주행 등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애플의 증강현실 플랫폼은 아이폰X 등 신제품의 iOS11 운영체제에 최초로 적용됐다. 아이폰 구매자들은 기존 스마트폰 앱과 같이 증강현실 콘텐츠를 구매해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구글 등 경쟁업체가 가상현실 기술개발에 주력할 때 일찍이 증강현실로 눈을 돌렸다. 가상의 화면만 볼 수 있는 가상현실보다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iOS11의 증강현실기능은 실제로 길찾기와 사물의 크기 측정, 쇼핑 등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가상현실기기의 사용이 아직까지 대부분 게임에만 그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아이폰에 적용한 증강현실기능은 시장확대 가능성 점쳐보는 실험에 그칠 뿐 진짜 목표는 증강현실 헤드셋 출시에 앞서 시장기반을 닦아놓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도 2012년 ‘구글글래스’라 불리는 증강현실 헤드셋을 내놓고 사업진출 엿본 적이 있다. 하지만 사실상 시장확대에 실패하며 사업규모와 연구개발을 대폭 축소했다.
증강현실의 인지도가 낮을 때 너무 일찍 시장에 나선 데다 콘텐츠도 확보하지 못해 뚜렷한 활용분야도 증명하지 못한 점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의 인기로 전 세계에서 충분한 인지도와 사용자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증강현실 헤드셋시장 진출에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아이폰X 공개를 앞두고 미국 ABC의 토크쇼에 출연해 “증강현실은 우리가 일하고 놀며 소통하고 배우는 방식을 모두 바꾸는 혁신적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도 발빠르게 추격 나서
애플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삼성전자도 최근 증강현실 중심의 콘텐츠전략을 놓고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지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삼성전자 가상현실기기 ‘기어VR’ 초기 개발에 참여한 미국법인 핵심임원인 닉 디카르도 상무가 삼성전자에서 퇴사하게 됐다고 4일 밝혔다.
기어VR은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가상현실기기로 출시 초반부터 흥행하며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출시된 지 3년 가까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IT기업들이 가상현실분야에서 점차 손을 떼며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가 가상현실 전용콘텐츠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어 소비자들에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는 삼성전자가 최근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차세대 콘텐츠 개발조직의 중심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옮기는 등 전략을 대폭 바꾸고 있다고 바라봤다. 디카르도 전 상무도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를 떠나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카르도 상무의 후임자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의 연구개발을 총괄하며 관련기술 개발을 계속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사실상 증강현실 중심으로 차세대 콘텐츠사업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변화를 추진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 삼성전자 모바일기기에서 증강현실기능을 구동하는 모습. |
삼성전자는 10월 말 미국 개발자회의에서 “증강현실은 일상생활 속에 새 경험을 가져다줄 수 있는 활용성이 무궁무진한 기술”이라며 “개발자와 협력을 강화해 시장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 등 스마트폰에서 구글의 증강현실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인공지능서비스 ‘빅스비’를 증강현실에 적용해 사물인식 등에 활용하며 기술력을 계속 강화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애플은 증강현실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모두 앞서나간 만큼 당분간 시장에서 우위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
애플과 구글뿐 아니라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 글로벌 4대 IT기업이 모두 증강현실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기술개발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외부업체와 협력 또는 연구개발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주문이 나온다.
미국 CNBC는 “증강현실은 현재 스마트폰의 기능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활용성과 성장전망이 모두 긍정적”이라며 “애플이 시장을 개척하며 수요를 선점해 앞서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