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사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새 대표이사로 내정되자마자 중소형 올레드패널 고객사를 확대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경쟁업체들이 중소형 올레드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며 삼성디스플레이가 고객사를 선점해 시장지배력을 지켜내는 과제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레드 기술력과 생산능력에 모두 자신감을 확보한 만큼 ‘영업통’으로 꼽히는 이 사장을 대표로 선임해 고객사기반을 본격적으로 넓히려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삼성디스플레이 올레드 호평
6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X’가 출시 초반부터 디스플레이 성능을 놓고 호평을 받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탐스가이드는 자체 실험결과 아이폰X에 탑재된 올레드 디스플레이가 밝기와 색감 등에서 올해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애플이 처음으로 아이폰에 올레드패널을 적용한 것은 중소형 올레드의 본격적 시장확대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시험대로 주목받았다.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일 경우 애플을 포함한 전 세계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올레드 탑재의 확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이 내년부터 모든 아이폰에 올레드를 탑재할 것으로 보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중”이라며 “추가증설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파악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를 추격하는 중국 BOE와 LG디스플레이 등 경쟁업체의 중소형 올레드 진출도 점점 속도가 붙고 있다.
정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아이폰용 올레드패널 생산투자계획을 내놓았고 2차 설비투자도 검토중인 것을 볼 때 애플이 이르면 내년부터 올레드 공급사를 다변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후발주자인 중국 BOE도 최근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양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데 이어 애플과 화웨이 등 글로벌 상위 스마트폰업체에 공급할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아이폰은 이전부터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의 유행을 주도해왔다. 아이폰X의 디스플레이에 긍정적 평가가 이어질수록 전 세계 제조사에서 중소형 올레드패널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런 시장변화에서 급증하는 올레드 수요를 성장동력으로 확보하기 위해 고객사를 선점하고 경쟁업체의 진입을 방어하며 시장지배력을 지켜내는 과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기존 LCD 생산라인을 삼성디스플레이가 대부분 중소형 올레드로 전환한데다 설비투자규모도 계속 늘고 있어 올레드 고객사 확보가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 ‘영업통’ 이동훈 대표 역할 주목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후임으로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에 오르게 된 이동훈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이 사장은 2015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 올레드사업부장에 올라 고객사 확보에 힘쏟던 인물로 과거 삼성SDI 디스플레이사업 영업본부 등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영업통’으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동안 박동건 전 사장과 권 회장 등 엔지니어 출신 기술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선임해왔는데 처음으로 영업과 마케팅 전문가에 수장 역할을 맡겼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이 압도적으로 높아진데다 향후 투자계획도 대부분 짜여진 만큼 본격적 고객사 확대에 더 집중하기 위한 인사로 해석된다.
이 사장은 2000년대 중반 삼성SDI에서 브라운관 해외영업팀장을 맡을 당시 삼성SDI의 신기술인 슬림브라운관 고객사를 글로벌 TV업체로 확대하는 데 성과를 냈다. 2005년 78만 대 정도에 그쳤던 슬림브라운관의 판매량은 이듬해 400만 대 이상으로 급증했다.
▲ 삼성디스플레이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애플 아이폰X. |
스마트폰에서 주로 사용되던 LCD패널이 올레드로 대체되는 것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만큼 이 사장이 영업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맞은 동시에 취임 직후부터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사장은 그동안 대형거래선 개척 등 고객사 확대에 성과를 낸 영업마케팅 전문가”라며 “글로벌 올레드시장에서 시장우위를 지켜내 성장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에 처음 올레드패널 공급을 수주하는 데도 이 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레드패널의 압도적 시장지배력에도 올해 다소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LCD패널의 가격하락에 겹쳐 중소형 올레드의 수익성 개선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이 내년부터 급증할 글로벌 고객사들의 올레드패널 수요증가에 대응해 삼성디스플레이의 굳건한 시장지배력을 지켜낼지 주목된다.
이 사장은 내년 3월 삼성디스플레이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