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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욱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
이해욱(46) 대림산업 부회장의 짐이 무거워졌다. 대림산업이 3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재계 서열 19위인 대림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대림산업은 또 건설사 담합과 일감 몰아주기에도 단골로 이름이 오른다.
이 부회장은 이준영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일찍이 경영에 참여해 대림그룹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경영능력을 쌓았다. 이 부회장은 2011년 대림산업 대표이사에 올라 지난 2월부터 3명의 전문경영인과 함께 4인 대표이사 체제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건설업계의 부진이 이어지자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 대림산업의 해외건설 실적부진
대림산업의 초라한 3분기 경영성적표는 이 부회장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대림산업의 경영실적은 적자와 흑자를 오가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4분기에 매출 2조4394억 원과 영업적자 3196억 원을 냈다. 올해 들어 1~ 2분기 흑자로 돌아섰지만 3분기에 다시 매출 2조4951억 원에 영업적자 879억 원을 기록했다.
대림산업은 중동 건설현장의 부실 때문에 적자를 내고 있다.
부실의 원인은 다양하다. 현지의 기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협력업체 부도로 공사가 지연된 데다 현지 하도급업체 부실로 추가업체를 선정하면서 인건비가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내자 업계에서 대림산업의 해외 건설현장 관리능력을 의심하는 시각이 생겨났다.
대림산업은 그동안 현지 하도급업체들의 단가인상 요구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공사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해 4분기에 단가를 인상했고 그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봤다.
대림산업은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한국신용평가는 대림산업의 장기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대림산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다.
◆ 대림산업 담합과 일감 몰아주기 불명예
대림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담합이 적발될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3개 건설사가 최근 2년6개월 동안 담합으로 각각 6회씩 제재를 받았다.
대림산업이 부과받은 과징금은 564억3천900만 원이었다. 4대강 1차 턴키공사, 광주 제1~2하수처리장 총인처리시설, 이천시 공공하수도사업, 경인운하사업 시설공사, 대구도시철도 3호선 턴키대안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턴키공사 등에서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대림산업은 지난 5년 동안 1210억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국내 건설회사 가운데 두 번째로 과징금을 많이 냈다.
대림산업은 최근에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LG화학, 삼성토탈 등 8개 회사와 고밀도 폴리에틸렌의 가격을 담합해 10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대림산업은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담합에 참여했다.
대림산업은 일감몰아주기 문제와 관련해 늘 도마 위에 오른다. 대림코퍼레이션 해운부문의 거래처 1위는 대림산업이다. 전체 매출의 36%를 차지했다. 다른 계열사인 대림씨엔에스 매출까지 합하면 계열사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에 이르고 있다.
대림산업은 올해 1분기에도 오너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대림코퍼레이션, 대림아이앤에스 등 비상장 계열사 2곳으로부터 모두 1150억 원 가량의 상품과 용역을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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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
◆ 이해욱, 발전소 운영과 호텔사업에서 먹거리 찾아
대림산업은 실적악화로 수주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대림산업은 수익률이 낮아 대형건설사들이 기피하고 있는 공공부문의 수주도 열심히 따낸다. 최근 발주되는 공공공사의 경우 대부분 원가율이 100%를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닥치는대로 수주에 나서고 있지만 대림산업은 올해 상반기에 3조2582억 원을 수주해 연간 수주목표의 37%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이 부회장은 건설부문에서 벗어나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대림산업을 ‘발전과 석유화학 부문에서 디벨로퍼’로 만들려고 한다.
이 부회장은 대림산업을 ‘평범한 아파트 건설사’를 넘어 EPC(엔지니어링·구매·시공)뿐 아니라 프로젝트 발굴, 기획부터 금융조달, 건설, 운영, 관리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개발과 운영이라는 고부가가치 영역까지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체질을 개선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해 오만시장 첫 진출과 말레이시아 대형 발전플랜트 수주 등의 성과가 있었고 국내 토목수주 1위를 달성했다”며 “어려운 기업환경 속에서도 올해 디벨로퍼의 역량강화와 내실경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발전과 석유화학 부문의 디벨로퍼임을 인식하고 EPC 분야의 경쟁우위와 수십년 동안 석유화학사업부를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디벨로퍼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림산업은 발전사업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발전소 운영경험을 많이 쌓았다. 대림산업은 이를 기반으로 해외 민자발전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 6월 첫 민자발전 프로젝트인 포천복합화력발전소의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호주 퀸즐랜드 밀머랜 석탄화력발전소 지분을 인수하면서 해외발전소 운영경험을 축적했다.
대림산업은 최근 호텔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글래드호텔이라는 비즈니스호텔을 여의도 사옥자리에 짓고 있는데 조만간 개장한다. 대림산업은 서울의 을지로와 마포 일대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호텔을 짓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발굴해 지분을 투자하고 건설운영하는 개발사업과 함께 호텔사업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며 "자회사인 오라관광이 오랜 운영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새로운 시장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오만, 헝가리, 리비아, 라오스시장을 새롭게 개척했다. 대림산업은 또 IMF 외환위기 이후 사업이 거의 없었던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시장에도 다시 진출했다. 이 부회장은 이런 시장에서 주택과 토목분야를 키우려고 한다.
◆ 대림그룹의 준비된 후계자 이해욱
대림산업 오너 일가는 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로 대림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대림그룹은 32개의 국내외 계열사를 두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은 이준용 명예회장이 61%, 이해욱 부회장이 3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월 대림산업의 지분 0.47%를 대림I&S에 매각했다. 그는 이를 통해 145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대림I&S는 이 부회장이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이 대림산업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부회장은 1995년부터 대림그룹에 입사해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그는 미국 덴버대학교 경영통계학과와 컬럼비아대학교 응용통계학 석사를 마치고 1995년 대림 엔지니어링 경영기획부에 입사했다.
이 부회장은 영업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업무를 담당하며 대림그룹 전 부문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이 부회장은 1998년부터 7년 동안 대림산업에서 일했다. 그는 구조조정실 부장으로 재직하면서 1999년 한화석유화학과 공동출자해 여천NCC를 세웠고, 2000년 다국적기업인 바셀과 합작법인 폴리미래를 설립하는 등 석유화학부문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그는 대림산업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동안 재무건전성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대림산업의 부채비율은 1997년 395%였는데 2005년 72%로 낮췄다. 또 대림산업의 매출을 1997년 1조9천억 원에서 2005년 6조 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이 부회장은 2005년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부사장, 2007년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는 2010년 대림산업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11년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