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호재를 연달아 맞이하고 있다. 합병 무효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공사재개 권고도 나왔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보유지분 가치가 부각되면서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만 본업인 건설부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진히 불암감도 섞여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0일 신고리 원전공사의 재개를 권고하면서 원전시공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이 시름을 덜게 됐다.
삼성물산은 공론화위가 신고리 원전공사를 전면 중단하는 권고를 내릴 경우 큰 일감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게 돼 공론화위 과정을 예의주시해왔다.
삼성물산은 2015년 6월에 두산중공업, 한화건설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신고리 5·6호기의 주설비공사를 따냈다. 삼성물산은 컨소시엄 지분 51%를 확보해 모두 5598억 원의 일감을 확보했는데 2분기 말 기준으로 4896억 원의 도급잔액이 남아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직 최종결정이 나지 않았으나 공사재개가 유력해지면서 삼성물산 내부에서도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사업외적 측면에서도 부담을 덜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9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경영상 적절한 판단이었다며 옛 삼성물산 주주인 일성신약이 제기한 합병 무효소송을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국정농단 사건과 얽힌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악의 경우 합병이 무효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는데 이런 불안감을 떨쳐냈다.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 주식의 상승으로 기업가치도 재평가받고 있다.
삼성물산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삼성SDS 등의 계열사 지분가치는 이미 삼성물산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본업인 건설부문에서 성과를 꾸준히 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은 집중된다 건설부문은 삼성물산이 내는 매출의 40%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상반기에 건설부문에서 매출 3조1630억 원, 영업이익 1530억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1.8%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9.7% 늘었다. 지난해 2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으로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다소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업계에 자리잡고 있다.
실적개선에 성공한 것은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효과일뿐 건설부문의 기초체력이 얼마나 회복됐는지는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임직원은 2분기 말 기준으로 모두 6150명이다. 2015년 말과 비교해 1년 반만에 인력이 1802명(22.7%)나 줄었다.
삼성물산의 최근 움직임도 건설부문의 기초체력이 아직 본궤도에 이르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힘을 싣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토목사업을 담당하는 시빌(Civil)사업부는 11월부터 리프레시휴직을 실시한다.
리프레시휴직은 삼성물산이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지난해 7월에 도입한 제도다. 리프레시휴직을 신청한 직원들은 6개월 동안 총 월급의 절반가량인 기본급만 받으면서 쉬게 된다.
시빌사업부가 갑작스럽게 리프레시휴직을 시행하게 된 것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축소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력감원을 앞둔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말도 일각에서 나온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업현장의 공사진행상황과 인력의 수급문제가 맞지 않아 리프레시휴직을 실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기존 있던 제도를 활용하는 것일뿐 구조조정 등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