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테크윈 노사가 상생하자고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갈등을 완전히 봉합하기까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갈등이 벌어진 가장 큰 원인인 교섭대표노조 선정문제가 남아있을 뿐 아니라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의 입장도 갈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8일 한화테크윈과 노조 등에 따르면 한화테크윈은 최근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할 교섭노조를 단일화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공고를 냈다.

한화테크윈에는 산별노조인 금속노동조합 삼성테크윈지회와 기업노조인 한화테크윈노조 등 2개의 노조가 있다. 한화테크윈은 관련절차에 따라 11월12일 이전에 어떤 노조와 임단협 교섭을 진행할지를 정하게 된다.

한화테크윈이 교섭대표노조 선정절차를 공식화한 것은 최근 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삼성테크윈지회는 지난해 말에 한화테크윈을 상대로 ‘교섭요구 사실공고이행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삼성테크윈지회는 12일 대법원 판결을 통해 가처분신청에서 최종 승소했는데 이에 따라 회사에 적법하게 교섭대표노조 선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한화테크윈이 교섭창구 단일화절차 개시 공고를 내자 삼성테크윈지회와 한화테크윈노조 모두 교섭대표 지위를 획득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테크윈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의 허점을 이용해 교섭대표노조를 하나로 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삼성테크윈지회는 바라보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르면 시행령으로 규정된 교섭대표노조 결정절차 기간 안에 교섭대표노조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전체 노동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된다. 하지만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복수노조 모두와 개별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노동조합법에 마련돼 있다.

삼성테크윈지회 관계자는 "회사가 조합원 수가 전체 노동자의 과반수인 삼성테크윈지회를 교섭대표노조로 정해 얻는 실익이 낮을 것으로 판단해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테크윈지회는 한화테크윈 창원 2·3사업장 현장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한화테크윈노조는 한화테크윈 판교R&D센터 사무직 노동자들을 주축으로 한다. 현장직의 특성상 삼성테크윈지회가 한화테크윈노조보다 임단협 협상에서 회사에 더 강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교섭창구 단일화절차가 마무리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노사의 입장이 다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화테크윈 노동자들은 과거 삼성그룹 계열사로 있던 시절에 회사와 맺은 단체협약에 따라 대부분 성과연봉제의 적용을 받고 있다. 사무직 직원들은 모두 성과연봉제의 적용을 받고 있고 현장직 노동자의 경우 기감(20년차 이상)급 이상 직원들이 모두 성과연봉제 대상이다.

삼성테크윈지회 관계자는 “회사가 조합원들의 노조활동을 견제하기 위해 성과연봉제를 악용하고 있다”며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들에 대해 의도적으로 낮은 인사고과를 줘 연봉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화테크윈은 인사고과 등급을 ‘S-A-B-C-D’ 등 모두 다섯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C등급을 받은 노동자는 연봉이 동결되고 D등급을 받은 노동자는 연봉이 5~10%가량 줄어든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공기업에서도 모두 성과연봉제 도입을 철회하고 있지 않느냐”며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성과연봉제 철회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현재 법률에 따라 교섭대표노조 단일화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으로 교섭대표노조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성과연봉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