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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놓고 의학계와 한의학계 정면충돌 조짐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7-10-15 11: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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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와 한의학계의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 나타난다.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하는 법안이 도화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허가를 놓고 의학계와 한의학계의 갈등이 확산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놓고 의학계와 한의학계 정면충돌 조짐
▲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

의사 출신인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13일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의사의 면허권과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면허와 규제를 혼동해서는 안 되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규제가 아니라 면허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사인 저도 엑스레이 영상을 판독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으며 영상의학과 전문가가 아니면 제대로 볼 수 없다”며 “한의계에서 단지 몇 달만 배워서 판독하는 것과 질이 같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라 의사집단을 대변한다는 억울한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어 이런 발언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조직적 반대로 맞선다. 국회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대한 강한 반발이다.

의협은 9월14일부터 국회 앞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록권 상근부회장, 김태형 의무이사, 안양수 총무이사 등이 이사진들이 참여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이 연달아 발의됐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9월6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8일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9월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심사 안건에 들지 않았다. 국감이 마무리되는 11월 정도까지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원내정당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어 일단 심사가 시작되면 법안처리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김명연 의원안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이 참여했고 인재근 의원안은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의원이 함께 했다.

의협은 이런 법안이 나오자 즉각 성명을 내 강력한 유감의 뜻을 내놓고 법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을 간과한 채, 특정 직업의 이익을 위해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잘못된 입법추진”이라고 비난했다.

한의사협회도 잠자코 있지만은 않았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양의사들은 파렴치한 입법방해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며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길인지 자성의 시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의협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현행 의료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안”이라며 “의협의 반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대의명분이 분명 존재한다”고 재반박했다.

의학계와 한의학계의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갈등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학계 일각에서 한의학계의 정치권 로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도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을 놓고 한바탕 진통을 겪은 적이 있다.

2014년 초음파 기기를 사용한 한의사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뒤 정부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규제개선 과제에 포함했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놓고 의학계와 한의학계 정면충돌 조짐
▲ 대한의사협회 임원진이 국회 앞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입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의사협회는 반발했고 한의사협회장이 직접 초음파기기를 사용한 골밀도 진단 시연을 하기도 했다. 이후 소송전이 확산됐고 이 과정에서 한의사에 의료기기 판매를 방해한 의협에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갈등이 이번에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의 법제화 추진으로 다시 불거진 것이다.

일각에서 이전과 달라진 정부와 의학계·한의학계의 관계가 입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와 한의학계의 관계는 비교적 원만한 편이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졌으나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가 된 한방주치의를 임명한 일이 상징적이다. 한방주치의에 임명된 김성수 경희대한방병원장은 9월 초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정부는 2018년도 예산안에서 한약현대화, 한약 공공인프라 구축 등 한의약산업 육성의 강화에 217억 원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대비 89억 원, 57%가 증가했다.

보건복지부는 한약진흥재단과 공동으로 한의사가 주인공인 드라마 '명불허전'의 제작을 지원하기도 했다. 인기 배우 김남길 김아중씨가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한의학계는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한의학을 편입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난임치료 지원, 치매국가책임제 등에서 한의학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반면 정부와 의학계의 거리는 멀어져만 가고 있다. 보건복지부 수장에 비의료인인 박능후 장관이 임명되면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건강보험이 발표되자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의협은 40인 규모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문재인케어 및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응하기로 했다. 이필수 전남의사회장이 위원장을 맡았으며 15일 비대위 위원단장회의를 열어 총괄간사와 대변인 등을 임명하고 21일 발대식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려고 한다.

비대위는 13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법안을 발의한 김명연 의원의 지역구인 안산 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개최해 법안 발의를 규탄하기도 했다.

의학계의 한 관계자는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과 국립한방병원 추진 등 최근 한의학계가 적극적인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의학계가 합심해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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