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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 주가하락 바닥 안보여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4-11-03 17: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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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 주가하락 바닥 안보여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 주가가 한국전력 부지 낙찰 이후 한 달 보름이 가까워 오지만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실적부진과 일본발 엔화약세 폭풍까지 겹쳐 말 그대로 ‘3재’를 만난 상황이다.

현대차는 주가부진이 이어지면서 시가총액 2위 자리마저 SK하이닉스에 내줄 처지로 몰리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의 배당카드와 신차출시 등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으나 약효가 듣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언제쯤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 ‘깜짝’ 엔약세 공습에 시가총액 2위 자리도 흔들

현대차 주가는 3일 직전 거래일보다 5.88%(1만 원) 내린 16만 원에 장을 마쳤다.

일본 중앙은행이 추가로 공격적 양적완화에 나서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대차 주가는 이날 개장과 동시에 급락세를 보였다. 엔화약세로 일본자동차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장중 한때 16만 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2일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실적부진 전망이 나오면서 2010년 10월 이후 4년 만에 처음 16만 원대가 무너졌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달 31일 오후 본원통화 공급규모를 현재 10조~20조 엔 늘려 연간 80조 엔으로 확대하고 매입 국채규모도 한해 30조 엔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또 보유하고 있는 국채 잔존만기도 최대 10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선 것은 지난해 4월 본원통화를 60조~70조 엔 확대하는 부양책을 시행한지 1년6개월 만이다. 현대차 주가는 당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발표로 크게 출렁였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확대 발표와 미국 중간선거가 맞물려 국내 환율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특히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반도체, 자동차업종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남경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엔약세로 이익이 크게 줄거나 펀더멘털에 타격을 입는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동안 꾸준히 매수를 보였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주가 급등락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현대차 주가하락에 악영향을 미친 또 다른 요인으로 통상임금 확대소송에 따른 불확실성도 꼽힌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확대소송을 진행중인데 오는 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의 이날 시가총액도 종가 기준으로 35조2천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날 34조9억 원을 기록한 SK하이닉스와 불과 3천억 원가량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현대차는 2011년 3월29일 포스코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한 차례 내준 뒤 삼성전자에 이어 줄곧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지켜왔다.

SK하이닉스는 1월8일 시가총액 3위에 처음 올랐고 지난달 들어 포스코, 현대모비스를 크게 따돌리며 3위를 굳히더니 이제 현대차의 2위 아성도 위협하고 있다.

◆ 한전부지 고가매입 여파에 실적부진까지 설상가상

현대차가 시가총액 2위마저 위태로워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18일 한전부지 매입을 결정하면서부터다.

감정가의 3배를 웃도는 10조500억 원에 한전부지를 낙찰받은 데 대해 고가매입 논란과 이사회 배임문제 등이 불거지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현대차 주가는 한전부지 낙찰 발표 이후 한 달 반 동안 주가가 16.4% 가량 내려앉았다. 두 달 전인 9월3일 종가 22만2천 원과 비교하면 약 36% 급락했다. 이 기간에 시가총액도 6조2천억 원 가량 증발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부지를 고가로 매입한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체 펀더멘털이 크게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도 엔약세에 따른 대외변수에 국내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주가가 좋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뿐 아니라 한전부지 인수에 참여한 현대차그룹 다른 계열사도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3일 기아차는 직전거래일 대비 5.57%가 떨어진 4만9200원, 현대모비스는 4%가 내린 24만 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는 지난달 23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시장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내놓았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급락해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몽구, 현대차 주가하락 바닥 안보여  
▲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오른쪽)과 곽진 부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아슬란 신차 발표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배당도 신차카드도 약효 부족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인수 뒤 주가하락에 실적부진까지 겹치자 배당카드를 꺼내들며 현대차와 기아차의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주친화정책으로 정부시책에 호응하기 위해 배당을 앞으로 큰 폭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중간배당을 하는 것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시장도 현대차의 주주친화정책에 기대감을 나타내 이런 발표가 나온 당일 현대차 주가는 5%가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전부지 고가낙찰에 따른 여진이 남아있고 향후 실적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어서 배당카드는 단기처방에 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현대차 그룹의 한전부지 매입을 둘러싼 비판 등을 다뤄 한전부지 낙찰 논란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재벌의 가족중심 경영체제와 인색한 배당,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가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홍콩 CLSA증권의 분석을 인용해 “10% 부근을 맴도는 한국증시의 배당성향은 세계 주요시장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면서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배당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외국기업과 비교하면 낮은 데다 쌓아놓은 현금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배당정책도 외국인 투자자들을 달래기에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뿔난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위스계 글로벌 투자은행(IB)인 UBS가 외국인 주주로서 현대차 주가하락 원인을 따질 것으로 알려졌다. UBS는 자회사인 UBS증권 서울지점을 통해 오는 20일경 외국인 투자자를 상대로 비공개 세미나를 열어 현대차 주가하락 원인을 비롯한 우리 자동차산업 현안을 점검하기로 했다.

해외 투자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입장에서 현대차가 10조 원 이상을 쓴 이유를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한전부지 인수가 앞으로 회사 경쟁력에 도움을 줄지 투자자들은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현대차 주가회복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세단시장이 저성장 기조로 들어가면서 현대차의 내년 영업이익은 1.1% 증가하는 데 그치고 영업이익률은 0.3%포인트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015년에 이머징마켓 공급증가와 미국시장에서 평균 인센티브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글로벌 경쟁심화 부담은 커질 것”이라며 “세단시장이 저성장이 예상되는데 RV(레저차량) 비중이 낮기 때문에 세단 위주의 제품을 생산하는 현대차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지난달 고급세단 아슬란을 내놓은 데 이어 3일 2015년형 아반떼를 내놓는 등 신차출시로 실적부진에 대한 전망을 씻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조차 일본정부의 양적완화에 따른 수출부진 우려에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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