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10일 끝난다. 기간의 연장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협상 타결이 힘들거나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 측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입장인 만큼 사드보복으로 중국 내 통화스와프 2위 규모인 한국을 놓치지는 않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중 통화스와프계약와 관련해 한국은행과 중국 인민은행의 당사자간 회의가 오늘도 잡혀있다”며 “만기 전에 모두 마무리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 협정은 서로 상대방 국가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화를 빌릴 수 있는 제도다.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효과가 있어 외환위기를 미리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은 2009년 4월 처음 체결된 뒤 2014년 10월11일 3년 연장됐는데 10일 자정에 기간이 끝난다.
중앙일보가 이날 중국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은행과 중국 인민은행은 통화스와프문제를 논의해 현행 협정을 유지하는 것으로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지만 이 총재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협상에는 상대가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최종타결이 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는데 오늘 협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중 통화스와프는 중국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 등에 영향을 받아 협정이 연장될지 불투명하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도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불발이 위안화의 가치를 높이려는 큰 방향과 맞지 않는 일인 만큼 결국 협정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세계 각국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이유가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목적이 큰 만큼 중국 통화스와프 규모 2위인 한국과 재협상을 맺지 않으면 중국으로서도 아쉬움이 클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이 맺은 홍콩·한국과 통화스와프 규모는 각각 4천억 위안, 3600억 위안 수준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3년 30년 안에 위안화가 기축통화로서 달러화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 만큼 위안화를 기축통화 반열에 세우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달러화 약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금이 중국이 위안화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좋은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이에 도움을 줄 요인을 놓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도 위안화의 기축통화, 국제화와 관련해 통화스와프 연장에 관심이 많다”며 “최종적으로 발표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또 중국이 이번 한중 통화스와프 협상을 결렬하면 사드보복을 정부간 갈등으로 확산하는 셈인 만큼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본이 1월 정치적 이유로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종료를 통보해버렸을 때에도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를 경제·금융적인 이유가 아닌 독도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으로 조명하기도 했다.
한중 통화스와프 협상의 결과는 10일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이 총재는 “협의를 하다보면 만기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기존 협정이 끝나기 전에 모든 것이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오늘이 만기라고 해서 꼭 빨리 마무리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중 통화스와프는 실무진끼리 합의에 이르더라도 양국의 지도부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18일 중국 공산당 당대회가 끝나고 새롭게 ‘시진핑 2기’ 체제가 꾸려진 뒤 결정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