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사업 매각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여겨졌으나 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애플이 인수 컨소시엄에서 빠질 가능성이 나오고 SK하이닉스도 인수조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인수에 참여해도 실질적인 이익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며 인수전에서 완전히 손을 뗄 가능성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26일 로이터에 따르면 도시바가 반도체사업 인수자로 결정된 SK하이닉스와 애플 등의 컨소시엄에 매각 최종계약을 맺지 못했다.
애플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SK하이닉스 컨소시엄에 합류했으나 아직 도시바와 낸드플래시 공급량 등 구체적인 조건을 협상중이라 인수계약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날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 측 컨소시엄과 경쟁자로 맞붙었던 사모펀드 KKR, 웨스턴디지털 등의 컨소시엄이 애플을 끌어들이기 위해 아직도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인수계약에 동의하지 않은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이전부터 대만 홍하이그룹을 포함한 모든 인수후보자와 손잡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인수 참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낸드플래시 물량확보라는 뚜렷한 목표를 두고 인수전에 참여했다”며 “웨스턴디지털의 제안에 따라 인수전 판도가 다시 완전히 뒤집어질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이 애플을 놓칠 경우 도시바와 인수협상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웨스턴디지털도 아직 인수의지를 강력하게 보이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마저 인수전에서 뒤늦게 손을 뗄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페이턴틀리애플은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도시바 이사회에서 결정된 매각조건에 동의하지 않아 인수참여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가 3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도 도시바 반도체의 의결권과 지분을 모두 확보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내부적으로 반대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언론에서 나온 정보를 종합하면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은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으로 다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점차 바뀌며 SK하이닉스가 불리한 조건으로 인수를 강행하기보다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증권가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로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 팀 쿡 애플 CEO(왼쪽)와 츠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
황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인수에 참여해도 도시바와 반도체 기술개발에 협력하거나 낸드플래시 생산물량을 확보하는 등 실질적인 효과를 볼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힘을 잃을 것으로 예상됐던 메모리반도체 호황기가 내년까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사업에 여유를 찾고 있다. 도시바 인수기회를 놓쳐도 자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로 충분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의 다른 참여자들과 도시바도 SK하이닉스의 인수 포기를 오히려 반길 수도 있다. 전 세계 당국의 독점금지규제 심사가 길어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여러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만큼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이 완전히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도시바가 연구개발과 생산투자에 더 오래 차질을 빚을수록 SK하이닉스에는 유리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황 연구원은 “도시바가 성공적으로 매각되면 당분간 낸드플래시 저가공세를 벌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기술격차 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