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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영창 전 대우증권 준법감시본부 본부장, 홍성국 리서치센터장, 황준호 상품마케팅총괄 부사장 |
KDB대우증권 차기 사장 선임이 또 미뤄졌다. 지난 7월말 김기범 전 사장이 물러난 뒤 사장 선임 작업을 시작한 지 벌써 두 번째다.
대우증권의 경영공백도 넉 달 이상 장기화하고 있다. 사장 인선이 혼미를 거듭하며 그 배경을 놓고 KDB산은지주 입김설, 청와대 외압설 등 잡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 KDB대우증권 사장 선임 또 연기
KDB대우증권은 30일 이사회에서 사장 단독후보 추천건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사장추천위원회는 애초 이날 10시 이사회를 열어 현재 최종 후보로 오른 내부출신 3인 가운데 1명을 선정하고 인선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사회는 돌연 사장 추천건을 안건에서 제외했다. 지난 9월 한 차례 연기된 이후 다시 사장 인선을 뒤로 미룬 것이다.
대우증권 고위 관계자는 “30일 사장 단독후보를 추천해 확정짓고 다음달 14일 주총을 해 사장 선임을 마무리 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이사회 안건에 사장 선임을 위한 안건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차기 대우증권 사장 선임을 위한 주총은 오는 12월12일로 잠정 정해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총 날짜를 12월로 미룬 것은 절차상 여유 있게 잡은 것"이라며 "조율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이르면 후보 3명 가운데 1명이 11월 초에 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에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만큼 후임 사장 인선은 다시 한 달 이상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12월12일경 다음 주주총회까지 선임이 미뤄질 경우 대우증권은 5개월 가까이 사장 자리를 비워두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3일 후보자들의 서류 면접, 인터뷰, 인사검증을 실시해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했다. KDB산은지주는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까지 마친 상태다.
최종 후보군에 이영창 전 부사장과 홍성국 부사장, 황준호 부사장이 올라있다. 3명 모두 대우증권 공채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누가 되든 첫 내부 공채출신 사장이 탄생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새 수장을 뽑지 못하면서 대우증권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도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현재 구동현 산은지주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 KDB대우증권 차기 사장 왜 못 뽑나
대우증권은 왜 사장 인선에 이토록 뜸을 들이고 있는 것일까.
대우증권은 지난 8월 구동현 대우증권 사장직무대리를 위원장으로 6인의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꾸렸다. KDB산은지주의 자회사인 대우증권의 성격상 일찌감치 사장 후보자가 낙점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김기범 전 사장의 돌연 사퇴 배경에 산은지주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추측이 나오면서 조기낙점 가능성이 힘을 얻었다. 우여곡절 끝에 낙하산 혹은 외부출신 인사 대신 내부 출신 3인방으로 후보가 압축되자 인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또다시 사장 후보자를 선임하지 못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온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KDB산은지주가 이번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 단독추천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윗선에서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청와대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정치권 외압설도 제기되고 있다.
홍기택 KDB산은지주 회장이 아직 적임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심중이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유력하게 나온다. 그 배경에 최종 후보 3인간의 이전투구가 거듭된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3인 후보 모두 내부 공채출신이지만 후보 선정을 앞두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상호비방과 투서, 줄서기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사회 선임절차를 미뤄두고 사추위가 기존 후보 그대로 재검증작업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은행이 국책기관이다보니 인사가 늦어지더라도 잡음을 최소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종 후보자 3인이 내부출신인 데다 경력이나 능력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점도 사장 선임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대우증권 사장은 외부출신 인사끼리 혹은 외부 대 내부출신으로 대립각이 뚜렷했다.
후보 3인 가운데 유력한 후보로 거명됐던 이영창 전 부사장은 다양한 부서를 거친 점이 장점인 반면 현재 경영자문역으로 현직에서 오랫동안 물러나 있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홍성국 부사장은 리서치에 치중된 경력이, 황준호 부사장은 잠시 대우증권을 떠난 이력이 약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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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 |
◆ KB대우증권 경영공백 왜 시작됐나
대우증권은 2008년 산업은행 계열사로 편입됐다. 산업은행은 내년 통합산업은행 출범 후 정책금융 업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금융 계열사를 매각하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KDB산은지주는 내년에 있을 대우증권 매각작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정부와 소통이 가능한 인사를 내심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KB금융사태 등에서 불거진 낙하산 논란으로 대우증권 사장 후보는 내부출신으로 압축됐다.
과거 대우증권 사장 선임에 외압과 낙하산 인사 관행이 끊이지 않았다. 이사회의 이번 사장 선임 연기결정과 관련 홍기택 회장과 청와대 입김설이 터져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우증권의 한 내부 인사는 “내부출신 사장을 뽑는 것도 외부 낙하산 인사가 오는 것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전임 김기범 사장은 임기를 8개월 가량 남겨놓고 지난 7월말 사퇴했다. KDB산은지주는 당시 김 사장이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물러났다고 설명했으나 증권업계인사들은 김 전 사장의 사퇴 배경에 KDB산은지주와 불화가 작용한 것으로 봤다.
김 사장은 2012년 6월 취임해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했으나 KDB산은지주는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했다. 또 지난 6월 구조조정을 놓고도 마찰을 빚었다. 김 전 사장의 점포확장 전략을 KDB금융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김 사장 사퇴 직후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 내정설이 나돌았다.박 전 부사장은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를 거쳐 2009년부터 3년 동안 대우증권에서 일했다. 홍기택 회장은 박 전 부사장이 내부인사이기 때문에 대우증권 매각 전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에 적합하다는 점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부사장이 박근혜 정부와 인연이 깊은 점도 힘이 실렸다. 박 전 부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밑에서 일한 박일경 전 문교부 장관의 아들이다.
하지만 조기 내정설은 오히려 KDB산은지주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KB금융사태가 터지며 금융권 낙하산 논란이 최대 이슈로 등장하면서 박 전 부사장의 후보 선임은 물건너갔다.
◆ 산은지주 입김에 흔들리는 KDB대우증권
김기범 사장의 사퇴와 박동영 전 부사장의 내정설 등 대우증권 사장 인선 과정에서 난항을 겪게 된 근본원인에 대해 산은지주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한 탓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산은지주는 이런 우려에 대해 “대주주다 보니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전임 사장만 봐도 정상적 공모절차를 거쳐서 선임이 되지 않았느냐”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산은지주가 대주주라는 점에서 경영과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조직의 안정성’이 뒤흔들리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대우증권은 최근 5년 동안 사장이 빈번하게 교체되면서 내부직원들의 동요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김 사장의 사퇴 이후 경영공백이 석달째 이어져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대우증권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사장이 바뀔 때마다 직원들이 누구 라인인지 관심을 두느라 분위기가 뒤숭숭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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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이 2012년 9월21일 서울 KDB대우증권 본사에서 열린 42주년 창립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말하고 있다. |
◆ KDB대우증권, '증권 명가' 명성 되찾을까
최근 1년 사이 증권업계는 혹독한 구조조정에 시달렸다. 지난해 사상최악의 불황여파로 증권업계 전체 임원들만 1년 사이에 100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대우증권도 지난해 9월 지점 통폐합과 함께 임원 37명을 32명으로 줄이는 등 조직개편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올해 증권업황은 다소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지만 대우증권은 장기간의 경영공백으로 모처럼 맞은 실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러들고 있다.
대우증권은 대우그룹 해체로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2000년대 이후 꾸준한 실적을 내며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를 유지하며 명실상부한 국내 증권업계의 대표주자로 손꼽혀 왔다.
그러나 오는 12월31일 NH투자증권이 출범하면 증권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총자산 42조 원으로 증권업계 1위로 발돋움하게 되고 대우증권은 총 자산 28조 원으로 2위로 내려앉게 된다.
대우증권도 여느 금융회사들처럼 외부 낙하산 CEO를 맞을 때마다 조직이 크게 흔들리는 진통을 겪었다. 김기범 사장 재임 시절에도 10여 명에 가까운 임원이 외부에서 유입됐고 기존 임직원들은 그만큼 상실감을 경험했다.
대우증권이 누구를 새 수장으로 맞든 어수선해진 조직을 안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대우증권 매각 관련해 '홀로서기' 방안을 비롯해 안정적 수익구조 확보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쌓여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기범 사장이 산은지주의 그늘에서 벗어나 글로벌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한 시도를 하다 좌초된 만큼 새 사장이 누가 되든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