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가 뭔지) 모르는데 모른다고 해야지, 그럼 안다고 하느냐.”
솔직하지만 경솔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정치’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대표의 말 실수로 한국당이 연일 시끄럽다.
홍 대표는 19일 ‘여성정책 혁신을 위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젠더폭력이 뭐냐, 트랜스젠더는 들어봤지만 제가 젠더라는 말을 잘 모른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무지라는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상파 방송카메라를 앞에 두고 공개적으로 졸기도 했으며 “여성들이 국회에 들어오면 싸우기도 잘 싸운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눈총을 샀다.
홍 대표의 '필터없는 화법'은 역사가 오래됐다.
최근만 봐도 언론노조 파업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조폭정권”으로 불렀고 8월에는 부인을 ‘촌년’으로 지칭해 논란이 됐으며 바른정당은 “첩”이라고 비하했다.
2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을 두고 공항에 환영객이 나오지 않는 푸대접을 받았다며 “문재인 패싱”이라고 했다가 홍 대표가 의전절차를 착각한 것으로 일단락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지지율 타격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9월 둘째주까지 지지율이 3주째 상승했다. 당대표 경선과정에서도 나경원 의원을 겨냥해 “거울보고 분칠이나 하는 사람은 뽑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무사히 당권을 쥐었다.
대선 과정에서는 돼지발정제 논란에 더해 “설거지는 하늘이 정해준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말로 파문을 낳았지만 지지율을 10% 남짓에서 24%까지 끌어올리며 선전했다.
홍 대표의 ‘말 실수’가 보수층 결집을 노린 전략적 막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인은 부고기사 말고는 무조건 언론을 타야 좋다’는 원칙에 충실한 의도된 행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페이스북에 “대선 패배로 국민들에게 잊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난기사는 아직 한국당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줘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막말 일변도로는 자유한국당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게이트 전의 새누리당이라면 모를까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겨우 20% 안팎을 맴도는데 저래서야 당이름 바꾼 것도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홍 대표의 막말을 내심 반기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번 자유한국당 대표선거 전 라디오에서 ‘정치인으로서 막말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예의를 차려 품격있게 말하면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표 의원은 홍 대표를 상대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따라하기인 계산된 막말인지 원래 성정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막말 때문에 지지율이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