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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남산공원 백범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당선되면 임기 중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강한 뜻도 밝혔다. 하지만 여권 내 차기 대선 후보 가운데 지명도가 가장 높은데도 행정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꼽혀온 만큼 일단은 대선을 향한 디딤돌로 서울시장을 삼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정 의원은 2일 서울 남산 백범광장에서 연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에서 "서울 시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심장, 수도 서울이 힘차게 고동치도록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서울 시장에 당선된다면 주어진 임기를 지키면서 서울시민과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하겠다"며 "대통령 선거는 2017년이다. 저는 서울시장 임기를 마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출마의 걸림돌로 여겨져 온 현대중공업 보유주식 백지신탁 문제를 놓고도 '주식을 포기할 생각도 있느냐'는 질문에 정 의원은 "법에 있는 대로 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정 의원쪽은 재단을 설립한 뒤 보유주식을 재단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 가운데 현재로서는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선거 때부터 대통령을 향한 꿈을 키워왔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그 이유로는 무엇보다 행정경험의 부족이 가장 크게 꼽혔다.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 회장과 대한축구협회장, 그리고 7선 의원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행정경험은 없다. 이런 점이 항상 2% 부족하다는 인식을 각인시켜 줬다.
때문에 정 의원으로서는 행정경험을 쌓지 않으면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힐 수는 있어도 정작 후보 자리를 얻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생각이 결국 서울 시장에 ‘올인’하도록 했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정 의원이 서울 시장에 당선되더라도 임기를 채우지 않고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드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서울시장 자리를 디딤돌로 삼아 행정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을 벗어내야 비로소 대선 후보로서 완전한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통해 행정경험을 갖출 때 비로소 대선 후보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정 의원으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정치는 생물이라 만약 정 의원이 서울 시장이 되어 시정을 훌륭하게 이끌 경우 정 의원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대선 후보로 출마하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당시 한나라당의 비주류였으나 서울시장이 돼서 청계천 복원 사업 등등을 발판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점도 정 의원으로는 깊이 생각해 볼만한 대목이었을 것이다.
정 의원은 이날 "고단한 삶으로부터 시민을 감싸 안는 것은 복지이다. 복지의 확대는 시대적 추세이다. 복지의 절대량을 늘리는 것과 함께 복지 시스템의 혁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시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커다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런 잠재력은 정부와 협력하면 바로 현실이 된다"며 "중앙정부와 허심탄회하게 서울시의 주요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정치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미 출사표를 던진 이혜훈 최고위원과 김황식 전 총리 등 3파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정 의원은 이날 출마 선언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출마선언 장소를 특별히 남산 백범광장으로 정했다.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김구 선생의 이미지를 빌려오고자 했다.
또 기자회견 도중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가 텐트를 치며 살던 어린시절의 흑백사진을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정 의원은 “저희 아버지가 사업에 성공해 집안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엉릴 때 성장환경은 이랬다”며 서민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출마선언 날짜도 일요일인 2일로 정해 뉴스가 없는 날을 고른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택일은 결과적으로 잘못하고 말았다. 이날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대표가 통합신당 추진을 발표해 모든 정치 뉴스를 빨아들이고 말았다.
한편 정 의원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 추진과 관련해 "야당이 선거에서 불리함을 느끼고 한 일로 보이며 국민에 대한 도리는 아니라고 본다"며 "지방선거에서 자리를 서로 나눠갖자는 것이 핵심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양측은 기초공천 폐지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핑계라고 본다. 서울시장 후보를 내자니 그렇고, 안 낼 수도 없는 안 의원 쪽의 고육지책이 만든 일로 보인다"며 "안 의원의 새 정치라는 것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 국민들의 정치 환멸이 더 커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