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가 롯데쇼핑에서 독립하면서 해외사업과 투자배급사업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는 업계 2위이지만 1위 CJCGV와 격차가 크다.
특히 CJCGV가 일찌감치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 국내사업의 적자를 해외사업에서 만회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에서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 차원천 롯데시네마 대표.
롯데시네마는 투자와 배급사업에서 존재감도 미미하다. 롯데시네마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고 있는 롯데엔터테인먼트는 CJE&M, 쇼박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와 함께 국내 투자배급사 빅4로 불리지만 아직까지 천만영화를 단 하나도 배출하지 못했다.
6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올해 안에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부가 롯데시네마(가칭)로 독립한다.
롯데시네마는 분사 뒤 해외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시네마는 2008년 5월 베트남에 영화관을 열며 처음 해외시장에 진출했지만 그 뒤 확장속도는 더뎠다. 10년 동안 44개 영화관을 여는 데 그쳤다.
CJCGV가 중국과 터키, 베트남, 미국, 인도네시아, 미얀마에서 모두 267개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점과 대조된다. CJCGV는 현재 러시아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CJCGV는 롯데시네마보다 겨우 2년 앞선 2006년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그 뒤 성장속도는 비교가 되지 않을 수준으로 빨랐다.
특히 이미경 부회장이 2004년 말부터 CJ엔터테인먼트, CJCGV, CJ미디어 등 CJ그룹 내 문화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해외진출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었다.
CJCGV는 현재 국내사업의 부진을 해외사업에서 만회하는 구조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CJCGV는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32억 원을 봤는데 이 가운데 국내에서만 손실 90억 원을 냈다.
국내 영화산업이 사실상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롯데시네마도 해외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영화 관객수는 2012년 1억1400만 명에서 지난해 1억1600만 명으로 제자리걸음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현재 중국과 베트남에 진출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출점계획 등이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았으나 유력하게 살펴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시네마는 그동안 롯데쇼핑 안에 속해 있어 의사결정이 더디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주력사업에 치여 주도적으로 경영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 서정 CJCGV 대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마음만 먹으면 롯데시네마를 크게 키울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롯데시네마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신동빈 회장이 영화산업에 큰 의지가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분사가 마무리되면 투자와 배급사업에서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국내 투자배급사 빅4로 불리지만 다른 3곳과 달리 천만영화를 하나도 배출하지 못했다.
CJE&M과 쇼박스는 각각 5개의 천만영화를 보유하고 있다. 2008년 설립돼 가장 역사가 짧은 NEW 역시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부산행’ 등 3개의 천만영화를 배출했다.
반면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해적:바다로 간 산적’으로 866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J그룹의 경우 영화사업을 CJE&M과 CJCGV가 나눠 맡고 있는 데다 모두 상장사”라며 “롯데시네마가 그동안 롯데쇼핑 그늘 아래 있어 실적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도 성장이 지지부진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