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7-09-05 18: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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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가능성을 꺼내들면서 석유화학기업들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석유화학산업은 자동차와 기계, 정보통신기술 등에 이어 타격을 받을 곳으로 꼽혀왔지만 기업들에서 미국수출 비중이 크지 않아 실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왼쪽)과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
다만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신사업인 자동차부품 수출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FTA가 폐기 또는 재협상되더라도 석유화학기업이 받을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전체수출에 비춰봤을 때 미국 수출비중은 5%에 그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3일 트럼프 대통령은 보도와 관련한 기자들이 질문에 “한미FTA는 내가 굉장히 신경 쓰고 있는 문제”라고만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 지시를 했다는 보도를 부인하지 않은 만큼 한미FTA를 폐기하거나 한국정부와 재협상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FTA가 폐기되거나 재협상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모두 합쳐서 18억 달러의 수출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돈으로 2조 원이 넘는 규모로 자동차와 기계, 정보통신기술산업 다음으로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손실규모는 국내 석유화학기업이 중국에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수익의 10% 안팎에 그치는 것이다. 미국에서 손실을 봐도 중국 등 석유화학 주력시장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정부가 올해 들어 LG화학과 애경유화가 생산하는 한국산 가소제(DOTP)에, 금호석유화학과 대우인터내셔널이 생산하는 유화중합고무(ESBR)에 반덤핑관세를 물렸지만 국내 기업이 보게 될 손실규모는 적었다. 이처럼 국내 석유화학기업이 한미FTA 폐기로 받게 될 타격도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석유화학기업들이 자동차 부품 관련 신사업에서 한미FTA 폐기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LG화학은 전기차에 탑재되는 전기차배터리를, 한화케미칼은 자회사 한화첨단소재에서 범퍼빔과 언더커버 등 자동차 경량화소재 등을 생산해 현대차와 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다.
LG화학과 한화첨단소재는 자동차 관련 부품을 미국이나 멕시코공장에서 공급하고 있지만 생산물량 일부를 국내공장에서도 공급하고 있는 만큼 한미FTA가 폐기될 경우 관세증가에 따른 수익성 부담을 안게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