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형으로 삼성물산 합병의 정당성도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자체사업으로 기업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더욱 무거워졌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법원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놓고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유리하게 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하면서 삼성물산이 합병과 관련한 악재를 마주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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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6부(함종식 부장판사)는 현재 옛 삼성물산 주주인 일성신약 등이 제기한 합병 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민사합의16부는 9월18일 합병 무효소송과 관련한 마지막 재판을 연 뒤 10월에 최종 선고를 내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민사합의16부가 이 부회장의 형사재판 결과를 본 뒤 합병 무효소송에 관한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혀왔던 점을 고려할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불공정했다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민사합의16부는 과거에 심리를 진행할 때 이 부회장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형사재판 결과를 참고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했는지 △합병결의에 결정적 하자가 있었는지 등을 판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미 문 전 장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압박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더해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정경유착’을 했다고 법원이 판단하면서 합병 무효소송의 결과가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삼성물산 주가에는 이미 시장의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28일 삼성물산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4500원(3.37%) 내린 12만9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이 전 부회장의 재판결과가 난 뒤 2거래일 동안 5% 하락했으며 최근 석 달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최치훈 사장이 건설부문의 실적을 늘리는 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는 시선이 업계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상반기에 건설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45.7%, 전체 영업이익의 66.7%를 냈을 만큼 건설부문에 기대는 비중이 크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보유한 수주잔고를 놓고 볼 때 성장을 장담하기만은 어렵다.
삼성물산이 2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한 건설부문의 수주잔고는 27조8210억 원이다. 지난해 2분기보다 수주잔량이 31.1% 급감했다.
상반기에 신규수주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 탓에 수주잔고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상반기에 새로운 일감으로 국내에서 2조630억 원, 해외에서 3750억 원 등 2조4380억 원을 수주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신규수주 규모가 반토막났다.
최 사장으로서는 수주를 확보하는 일이 발등에 불로 떨어졌지만 만만치 않은 과제로 보인다.
해외사업의 경우 중동에 편중된 구도에서 벗어나 영국이나 호주 등 선진시장에서 사업기회를 잡겠다는 계획을 세워뒀으나 수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을 놓고도 다른 대형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재건축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삼성물산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