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통신비 인하를 위해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에 이어 보편요금제까지 밀어붙이며 이동통신3사를 압박하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보다 이통3사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 도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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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보편요금제 입법예고로 이통사들의 리스크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보편요금제는 이통사에 미치는 손익 영향이 막대해 도입에 논란이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과기정통부는 23일 이동통신 보편요금제 도입방안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이용자들의 데이터·음성·문자 등의 평균 사용량을 고려한 요금 기준을 마련하면 통신사들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보편요금제 이용약관을 고시하면 SK텔레콤과 같은 기간통신사업자가 60일 이내에 그 기준에 부합하는 요금제를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SK텔레콤은 약 2만 원의 요금으로 음성 210분, 데이터 1GB 가량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놔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뒤따라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사들은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2만 원의 요금으로 1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는 현재 최저 2만9900원인 요금제보다 요금은 1만 원이 저렴하나 데이터 제공량은 0.7GB 많다. 3만5천~3만6천 원 요금제보다는 1만5천 원 저렴하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비슷하다.
양 연구원은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3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2조2천억 원 줄어들 것”이라며 “SK텔레콤은 1조731억 원, KT는 6158억 원, LG유플러스는 4731억 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영민 장관은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20%에서 25%로 높이는 행정처분을 내린 지 5일 만에 보편요금제 도입까지 예고하면서 통신비 인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에서만큼은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통신비 인하방안 가운데 보편요금제가 손익에 영향을 가장 크게 주기 때문이다. 이통3사는 요금할인율 상향, 취약계층 요금감면으로 2019년 기준 각각 5585억 원, 4343억 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되는데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입는 손실은 이보다 4~5배 크다.
유 장관은 보편적요금제 도입을 위해 이통3사 CEO들을 설득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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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부터)과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
유 장관은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상향조치를 놓고도 이통3사 CEO와 회동을 추진하는 등 설득작업을 벌였다. 또 선택약정할인폭 확대정책 시행일자를 두주 늦추고 소급적용을 강행하지 않는 등 이통사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기도 했다.
국회라는 큰 장애물도 넘어야하는데 더욱 쉽지 않다.
선택약정할인율은 과기정통부의 고시개정을 통해 조정이 가능한 반면 보편요금제는 법 개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유 장관은 국회도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야3당은 정부가 지나친 시장개입을 통해 통신비 인하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편요금제 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뤄지는데 과방위 전체 24명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8명에 그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5일 “야당이 보편적요금제에 찬성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라며 “과기정통부가 2만 원대 보편적요금제 도입을 예고했지만 국회 통과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