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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석 모뉴엘 대표이사 |
국내에서 로봇청소기 1위 업체로 유명한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알려진 모뉴엘의 법정관리 이유를 놓고 수출대금 회수실패에 따른 자금난, 분식회계 의혹, 경영진 갈등 등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뉴엘은 20일 은행에 갚아야 할 수출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모뉴엘이 금융권에서 차입한 자금은 제1금융권 5900억 원, 제2금융권 200억 원 등 모두 6100억 원 가량이다. 제1금융권에서 기업은행이 15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 1165억 원, 외환은행 1100억 원이다.
◆ 모뉴엘은 왜 갑작스럽게 몰락했나
모뉴엘은 지난달 까지만 해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14’에 참가해 유럽의 가전제품 유통업체들과 소형가전제품 입점계약을 체결하는 등 법정관리 신청의 전조가 없었다.
이 때문에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수출대금 회수실패에 따른 자금난이다. 일부 인사들은 모뉴엘의 수출 비중이 80% 정도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수출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해 정상적 자금운용이 어려워지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뉴엘이 그동안 해외수출 규모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가공매출을 일으켜 분식회계를 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모뉴엘은 2007년 매출 241억 원 에서 지난해 매출 1조1420억 원으로 매출이 무려 48배 가량 커졌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높았지만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이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회사로 들어오는 돈이 많지 않아 그동안 차입금으로 회사를 운영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감독당국은 모뉴엘과 자회사 잘만테크의 분식회계 관련 제보를 받고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뉴엘은 잘만테크의 최대주주로 보유지분이 60.28%에 이른다.
또 모뉴엘이 그동안 경영진간 내부갈등을 극심하게 겪고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디자인과 제품개발은 원덕연 부사장이, 경영전반은 박홍석 대표이사가 맡아 회사를 꾸려왔다. 그러나 창업자인 원 부사장은 지난 9월 물러났다.
원 부사장은 박 대표와 조직개편 과정에서 마찰을 빚는 등 갈등을 계속하다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빌게이츠도 언급했던 모뉴엘은 어떤 기업?
모뉴엘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2004년 원덕연 부사장에 의해 세워졌다. 아하닉스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운영해 오다 2007년 11월 모뉴엘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업계 최초로 패밀리 컴퓨터 개념을 도입했고 2004년 세계에 처음 선보인 홈시어터PC로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 소지섭을 광고모델로 내세웠던 로봇청소기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2007년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기조연설에서 홈엔터테인먼트PC시장의 성장성을 언급하며 “한국의 모뉴엘 같은 회사가 주목 받을 것”이라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모뉴엘은 삼성전자 출신인 박홍석 대표가 2007년 합류하면서 급성장했다. 박 대표는 경영관리와 해외영업을 맡고 있다.
모뉴엘은 2007년 매출 241억 원에서 지난해 매출 1조142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박 대표는 공격적으로 해외영업과 마케팅을 전개했다. 글로벌 가전전시회에서 중견기업으로서 이례적으로 대형 단독부스를 차려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모뉴엘은 독특한 컨셉트의 제품으로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물걸레가 달린 로봇청소기 클링클링을 비롯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아기돌보미 배블 등의 제품들을 내놓았다.
모뉴엘은 2011년 코스닥 상장사인 잘만테크를 인수하고 2012년 500억 원을 들여 신사옥을 짓는 등 사세를 늘려왔다.
모뉴엘 최대주주는 94.7%의 주식을 보유한 박홍석 대표이사다. 박 대표이사는 현재 일체 외부접촉을 끊고 있으며 창업주인 원덕연 부사장은 회사를 떠났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