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최근 불거진 ‘개헌론’과 관련해 불쾌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윤 수석은 또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당에 연내처리를 주문하는 등 김 대표를 압박했다.
개헌론의 부상으로 조기에 레임덕이 오는 것을 막고 당청관계을 주도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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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도 강한 불쾌감을 표출해 여권 내에서 힘겨루기가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 수석은 21일 김 대표의 개헌 관련 발언에 대해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자가 노트북을 갖다놓고 받아 적는 그런 상황에서 개헌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기사화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수석의 발언은 지난 16일 김 대표가 개헌을 언급한 이후 청와대에서 나온 공식반응이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ASEM) 참석 및 이탈리아 공식방문을 위해 부재중이던 16일 “(정기국회 이후) 개헌논의가 봇물을 이룰 텐데 이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논란이 커지자 다음날인 17일 개헌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윤 수석이 발언이 나온 지 닷새 만에 이를 다시 언급하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은 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가볍게 보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 김 대표의 발언이 중국방문 일정중 기자간담회라는 공식석상에서 나온 데다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중 나온 것이어서 박 대통령이 이를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여야 정치인들은 또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불과한 상황에서 개헌논의가 확대될 경우 조기 레임덕 현상이 생길 수 있어 이를 일찌감치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윤 수석의 이런 발언이 나오자 김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사과의 입장을 이미 밝혔다"며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지만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와 김 대표의 충돌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놓고도 빚어졌다.
윤 수석은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 관련 비공개 고위 당정청회의를 열어 당에 연내처리를 주문한 사실도 이날 함께 공개했다.
그는 “국민여론도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에서 (개혁안이) 제대로 처리가 안 되면 여권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진짜 할 의지가 있느냐는 의심을 받지 않겠냐”며 “연내에 공무원연금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청와대 입장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내년에 선거가 없고 상대적으로 좋은 상황 속에서 이루지 못하면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데 어떻게 되겠느냐”며 “그래서 연내에 반드시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충분히 (당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 또한 공무원 연금개혁 연내처리를 통해 청와대가 당청관계에서 주도적 위치에 설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윤 수석이 회의내용을 공개한 이유를 놓고 청와대가 유력한 대권후보이자 비주류를 대표하는 김 대표를 견제하는 동시에 당청관계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정부가 연내처리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야당과도 마음을 열고 진지한 대화를 가지고 추진해야 할 문제"라고 말해 여전히 야당과 협상에 역점을 뒀다.
이렇게 의견차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데 대해 일부 인사들은 현재권력인 박 대통령과 미래권력인 김무성 대표 사이에 권력싸움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