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롯데그룹의 간판 계열사로 떠올랐다.
수십년 동안 롯데그룹을 대표했던 유통사업은 최근 몇년 동안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반면 화학사업은 롯데그룹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
|
|
▲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동빈 회장이 롯데월드타워 신사옥에 있는 집무실로 출근을 시작하면서 롯데그룹의 잠실시대를 열었다.
롯데월드타워에는 신 회장 집무실 외에 롯데그룹 4개 BU, 경영혁신실 등도 입주했는데 롯데그룹 계열사로는 롯데월드타워 운영사인 롯데물산을 제외하면 롯데케미칼만 둥지를 틀었다.
롯데케미칼이 롯데월드타워에 자리잡은 이유는 우선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수입을 거둬들이는 계열사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신 회장이 직접 롯데케미칼을 챙기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신 회장 집무실은 18층이고 롯데케미칼은 14~16층을 쓰고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에서 ‘소공동=롯데쇼핑=신격호’를 상징했다면 잠실시대를 연 롯데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는 롯데케미칼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롯데그룹의 핵심이자 주력 계열사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주축으로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세븐일레븐 등 다양한 유통사업을 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롯데카드, 롯데시네마 등도 롯데쇼핑에 속해있다. 소비자들이 보통 롯데라는 이름으로 접하는 대부분의 사업을 롯데쇼핑 한곳에서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롯데쇼핑의 양대 축인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고전하면서 롯데쇼핑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의 실적은 이미 엇갈린 지 오래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롯데쇼핑이 29조5천억 원, 롯데케미칼이 13조2천억 원가량으로 롯데쇼핑이 2배 이상 많다. 그러나 둘의 영업이익은 2015년 역전돼 격차를 점차 벌리고 있다.
|
|
|
▲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 |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2011년까지만 해도 1조7천억 원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9천억 원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2014년 영업이익이 3500억 원가량이었으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5천억 원을 넘어섰다.
롯데케미칼은 올해에도 상반기 영업이익만 1조4천억 원을 훌쩍 넘기며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3천억 원에도 못 미쳤다.
앞으로도 둘의 희비는 더욱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쇼핑은 중국의 사드보복 장기화와 국내 백화점사업의 정체 등으로 앞날이 밝지 않지만 롯데케미칼은 제품 다각화효과를 통해 한동안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두 기업의 위상 변화는 최근 롯데그룹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2월 정기임원인사에서 경영혁신실장으로 선임되며 롯데그룹의 공식적 2인자로 떠오른 황각규 사장은 롯데케미칼 출신이다.
신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에서 처음 경영수업을 받은 곳 역시 롯데케미칼이다. 신 회장은 1990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며 한국 재계에 등장했다. 그는 2004년 정책본부로 옮기기 전까지 14년 동안 롯데케미칼에 몸담았다.
경영혁신실에 속해 있는 4개 팀을 이끄는 팀장 4명 가운데 3명이 롯데케미칼을 거쳤다.
임병연 가치경영팀장(부사장)은 1989년 롯데케미칼에 입사했고 오성엽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 역시 1985년 롯데케미칼에 입사했다. 윤종민 HR혁신팀장(사장)도 롯데케미칼에 잠시 몸담은 적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