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저축은행이 계열 저축은행들과 합병하면서 4조 원 규모의 ‘초대형 저축은행’으로 거듭났다.
SBI저축은행은 합병을 계기로 경영효율화를 통해 5년 안에 흑자전환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경기침체 때문에 SBI저축은행의 합병 시너지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4조’ 규모 통합 SBI저축은행 출범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SBI저축은행과 계열 저축은행인 SBI2, SBI3, SBI4저축은행 합병을 승인했다. SBI저축은행은 이달 31일에 합병해 다음달 정식으로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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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욱 SBI저축은행 대표이사 |
SBI저축은행은 계열 저축은행들과 합병하면서 총자산 3조8천억 원에 영업지점 18개를 보유한다. 이전까지 저축은행업계 총자산 1위였던 HK저축은행(2조2595억 원)를 제치고 단번에 업계 선두가 됐다.
통합 SBI저축은행 대표이사는 현 김종욱 SBI저축은행 대표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SBI저축은행은 통합을 계기로 인력을 재조정해 오프라인 영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저금리 소액신용대출을 세분화해 새로운 고객층을 찾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따로 나뉘어져 있었던 SBI저축은행이 합쳐지면서 명실상부한 저축은행업계 1위가 됐다”며 “각 저축은행 사이에 있었던 불필요한 중복업무 등이 없어지면서 업무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통합 SBI저축은행의 미래 엇갈려
SBI저축은행의 합병으로 저축은행시장에 총자산 4조 원대의 대규모 저축은행이 다시 등장하게 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총자산 1조 원 이상인 저축은행을 일반적으로 대형 저축은행으로 구분한다”며 “4조 원대라면 초대형 저축은행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SBI저축은행은 합병 후 5년 안에 흑자전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BI저축은행은 201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누계 적자가 1947억 원에 이른다.
SBI저축은행은 이번 합병으로 부산과 경상남도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영업지점을 확보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통합 SBI저축은행은 부산과 울산 및 경상남도 지역을 제외한 전국적 영업망을 지닌 단일 저축은행이 된다”며 “전국적으로 영업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SBI저축은행은 또 합병 뒤 내부조직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각 계열 저축은행에 있던 지원부서의 규모를 줄이고 영업부서 인력을 재배치해 경영효율화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각 계열 저축은행 대표이사들도 합병 뒤 직무별 본부장을 맡아 일하게 된다”며 “지금은 저금리기조가 장기화된 만큼 합병을 통해 효율적 경영을 추구하는 쪽이 낫다”고 말했다.
반면 저축은행시장 자체가 침체되면서 SBI저축은행의 통합 시너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오히려 대형 저축은행은 서민 대상 금융만으로 영업이 쉽지 않아 경기불황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24일 예금보험공사가 개최한 저축은행 관련 워크숍에서 “대형 저축은행은 중소형보다 오히려 수익성이나 건전성이 좋지 않다”며 “대부분의 부실은 먹거리가 없는 대형 저축은행을 통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SBI저축은행이 통합 시너지를 기대하나 경기상황이 좋지 않아 효과가 덜할 수 있다”며 “앞으로 저축은행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