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이 교보생명의 새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위한 대비를 충실히 해나가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회장은 보험업계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새 국제회계기준에 발맞춘 회계 시스템 도입을 주문하고 교보생명의 국제회계기준(IFRS)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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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교보생명은 EY한영회계법인에 회계시스템 구축용역을 맡겼다. EY한영회계법인은 회계기준의 변경으로 영향을 받는 요소들을 고려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는데 2018년 상반기 안에 모든 작업을 완료하기로 했다.
교보생명은 노후화된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도 함께 정비하고 있다. 제조업과 달리 보험업의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은 회계와 재무 프로세스에 집중되는 만큼 새 국제회계기준에 영향을 받는 부분도 함께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저축성보험상품 판매를 줄이고 변액보험상품 판매는 늘리는 등 체질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변액보험은 저축성보험과 달리 요구자본이 상대적으로 적어 변액보험이 많은 생명보험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 대비를 위한 자본확충 압박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변액보험 등은 꾸준히 늘리고 있다.
교보생명은 4월 말 기준 변액보험 누적 초회보험료가 618억 원에 이르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176억 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신 회장의 전략이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9개 생보사 가운데 변액보험 누적 초회보험료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2, 3위를 차지한 ING생명과 삼성생명의 누적 초회보험료가 각각 316억 원, 315억 원으로 격차도 크게 벌렸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회사 전반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전사적으로 컨설팅을 받고 있고 상품 마케팅 등에서 변화를 주고 있다”며 “장래 부채 부담이 덜어지는 상품을 위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최근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5억 달러(567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도 성공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는 250%까지 올라갔다.
대형생보사들을 살펴보면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313%로 가장 높고 한화생명이 212%, NH농협생명이 197.2%인 점을 감안하면 신 회장은 당분간 교보생명의 재무건전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발행 규모의 10배가 넘는 54억 달러의 수요가 몰린 만큼 신 회장은 자본확충을 놓고 자신감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제도가 완전히 결정되고 나면 추가로 자본확충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교보생명의 좋은 평판이 입증된 만큼 이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회장은 평소에도 안정성을 위주로 영업전략을 펼치는 만큼 새 국제회계기준의 대비를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이라며 “외형성장보다는 질적성장을 중요시 한 경영방침이 새 국제회계기준과 들어맞는 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