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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 경영권 승계 위해 지배구조개편 서두르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7-07-23 05: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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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 경영권 승계 위해 지배구조개편 서두르나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문재인 정부 들어 재계에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의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앞을 다투어 지주회사 설립을 재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주회사 설립을 본격적으로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를 통해 핵심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지주회사 요건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할 형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특히 문재인 정부가 재벌 지배구조 투명화를 압박하고 있어 한화그룹이 더이상 지주회사 전환을 미룰 수 없다고 바라본다.


전문가들은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한화S&C가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한화S&C 물적분할, 지주회사 전환 신호탄인가

23일 재계와 한화그룹에 따르면 최근 한화S&C가 물적분할을 추진하면서 한화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S&C는 최근 시스템통합을 담당하는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의 지분 49%를 외부의 재무적투자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데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한 규제는 오너일가가 지분의 30%(비상장사는 20%) 이상 보유한 기업에 적용된다.

한화S&C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 이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라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오르지만 물적분할한 법인은 오너일가가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게 돼 규제망을 피할 수 있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한화S&C는 최근 물적분할하는 회사를 인수할 적격예비후보를 선정했다. 사모펀드인 H&Q코리아와 스틱인베스트먼트, CVC캐피탈,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 4곳이 예비실사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한화S&C가 물적분할을 시행한 이후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5천억 원 이상이며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지분이 전체 자산의 50%를 넘는 기업은 지주회사에 지정된다.

한화S&C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운데 자회사의 지분 비율이 약 40%를 넘는다. 한화S&C가 물적분할을 예정대로 추진할 경우 자산의 거의 대부분이 자회사에 투자한 자산이 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강제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한화그룹도 이미 이를 파악하고 물적분할한 이후 강제로 지주회사 전환대상에 지정되지 않기 위한 해결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상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 경우 최대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는 만큼 이 기간에 관련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 한화그룹, 승계 위한 지배구조개편 필요

한화그룹이 한화S&C의 강제 지주회사 지정을 당장 모면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승계를 위해서라도 지주사제체 전환카드를 외면하기가 어렵다.

김승연 회장이 한화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화에 확고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경영권을 승계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김 회장은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한화 지분 22.65% 확보하고 있다. 김 회장의 세 아들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까지 합하면 보통주 지분율이 36.05%까지 늘어난다.

김 회장은 한화를 통해 핵심 계열사 대부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분기 말 한화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보면 한화케미칼 36.13%, 한화테크윈 32.35%, 한화건설 100%, 한화호텔앤드리조트 50.62%, 한화생명 18.15% 등이다.

이런 구조만 놓고 보면 김 회장은 한화를 통해 방산과 화학, 금융, 건설, 유통사업 등을 모두 안정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영권 승계라는 관점에서 보면 김 회장의 세 아들이 한화의 지분을 거의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김동관 전무와 김동원 상무, 김동선 전 차장 등 세 아들은 한화의 지분을 각각 4.44%, 1.67%, 1.67%씩 보유하고 있다.

세 아들에게 한화그룹을 안정적으로 물려주기 위해 지배구조개편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김승연, 한화 경영권 승계 위해 지배구조개편 서두르나  
▲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

◆ 한화S&C, 한화그룹 승계구도의 핵심

김 회장은 물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는 한화S&C를 지배구조개편에 어떻게든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인 만큼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본격화할 경우 상장이나 합병 등 어떤 식으로 활용해도 지배구조개편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화S&C의 덩치가 커질수록 상장을 통해 세 아들이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많아지고 한화 등 다른 기업과 합병할 경우에도 세 아들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한화그룹이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주며 덩치를 급격하게 키운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S&C는 그동안 기업들이 보안 문제 등으로 공개하기 꺼려하는 IT부문을 담당하기 때문에 한화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비교적 수월하게 따낼 수 있었다.

한화S&C가 계열사로부터 확보한 일감을 나타내는 내부거래 비중은 2013년 55.3%에서 2014년 52.6%, 2015년 54.1%를 보이다 지난해 70%를 넘어섰다.

한화S&C는 한화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태양광계열사 가운데 핵심인 한화큐셀코리아의 지분도 직간접적으로 60% 넘게 보유하고 있다.

또 한화토탈도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한화토탈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4천억 원 이상을 내 알짜 화학계열사로 꼽힌다.

◆ 한화S&C, 어떤 방식으로 지주회사 전환에 활용될까

재계와 증권가의 전문가들은 한화그룹이 문재인 정부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과잉공급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활용하면 한화그룹이 얻게 되는 이익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원샷법은 조선과 철강, 화학 등 과잉공급업종 기업의 인수합병 등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것으로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에서 특혜를 주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으며 2018년 8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증권가가 주목하는 것은 원샷법에서 특별히 허용되는 ‘역삼각합병’이다. 역삼각합병은 인수기업이 자회사를 세운 뒤 피인수기업에 이 자회사를 흡수합병토록 하는 인수합병 방식인데 원샷법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공급과잉업종으로 꼽히는 화학과 건설계열사 등을 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이 합병방식을 통해 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유력한 시나리오로 한화가 일부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하나의 자회사를 세운 뒤 한화S&C와 합병하도록 하는 방안이 꼽힌다.

이렇게 되면 한화에서 100% 물적분할 하는 자회사와 한화S&C의 지배구조상 주주총회없이도 합병을 결의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삼각합병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한화S&C는 한화가 100%를 보유한 계열사가 되며 김 회장의 세 아들은 한화의 지분을 대거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한화의 지분을 손쉽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S&C가 기업가치를 키운 뒤 상장해 한화와 일대일로 합병하는 방안도 재계에서 꾸준히 한화그룹의 지배구조개편 방안으로 꼽히지만 한화와 대등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힘들어 현실적이지 않은 대안으로 지적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지주회사 전환계획을 세워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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