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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덩케르크' 스틸이미지.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돌아왔다. 류승완 감독도 돌아온다.
천재성 넘치는 재기발랄한 영화로 국내에서도 팬덤을 거느린 두 사람이 이번엔 각각 ‘덩케르크’와 ‘군함도’로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대서사의 한복판으로 관객을 이끈다.
21일 놀란 감독의 신작 ‘덩케르크’가 실시간예매율 1위에 올랐다. 영화는 20일 국내 개봉해 첫날에만 22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군함도는 26일 개봉을 앞뒀지만 박스오피스 1위를 달려온 ‘스파이더맨:홈 커밍’을 밀어내고 예매율 2위를 차지하며 벌써부터 뜨거운 흥행기대를 낳고 있다.
덩케르크와 군함도는 엿새 차이로 개봉일을 확정하면서 성수기를 맞는 여름 극장가에서 ‘쌍끌이’로 흥행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두 편 가운데 올해 첫 1천만 영화가 탄생할 가능성도 높다.
덩케르크는 놀란 감독 최고의 실험적 영화로 꼽힌다.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그만큼 예외적인 영화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에 이르기까지 놀란 감독은 신작을 선보일 때마다 혁신성에서 혀를 내두르게 했다.
기존 영화문법에서 흔히 차용됐던 현실과 꿈의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꿈 속 층위를 겹겹이 넘나들며 다중적 인격체를 탐색(인셉션)하거나 우주의 시공간을 넘어 소통의 불가능성을 보여주며 실존적 한계치(인터스텔라)를 내보였다.
덩케르크가 놀란 감독에게 실험적이란 평가를 받는 것은 전작들과 달리 역사적 실화를 다룬 소재적 측면도 크지만 인간을 통찰하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놀란 감독은 인터뷰에서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극복할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개인의 실존을 탐구하는 데서 한발 나아가 공동체의 희망을 담은 셈이다.
영화는 2차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여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을 구해내는 탈출기를 담았다.
서사의 뼈대만 놓고 봐도 스케일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게 한다.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에서도 지구에 닥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CG를 최소화해 구현했다. 식량난에 처한 지구의 현실을 영상에 담기 위해 거대한 밭에 직접 옥수수를 심었을 정도다.
놀란 감독의 이런 장인 정신은 덩케르크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처절한 전쟁과 생존의 전 과정을 실제 전투기를 띄우는 등 사실성을 극대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이야기와 눈을 뗄 수 없는 영상미, 세계적 영화음악의 거장인 한스 짐머의 음악까지 더해져 아이맥스영화관에서 다소 비싼 돈을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을 수작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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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승완 감독. |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으로 초대박을 터트린 뒤 처음 선보인 신작이다.
‘B급’ 정서에 능한 감독이란 그동안의 평가를 보기 좋게 배반한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250억여 원을 들인 한국영화로 블록버스터급인 대작영화인 데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씨 등 톱스타들이 출연했다.
덩케르크가 전쟁과 인간이란 보편적 주제를 다뤘다면 군함도는 같은 역사적 실화 소재라도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 시각에서 더욱 가슴 아프고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법하다. 일제에 의해 징용당해 끌려간 ‘군함을 닮은 섬’ 군함도에서 극한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탈출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다.
류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제국주의라는 악을 씌워 전부를 다루려는 게 아니라 전쟁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고 또 강해질 수 있나, 과거를 통해 현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말했다.
덩케르크와 군함도는 과거를 다룬 이야기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