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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한국의 아마존을 만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모두 그룹의 앞날이 아마존과 같아야 한다고 말한다.세계 유통시장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데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내 유통의 양강을 이끌고 있는 이 두 사람은 오프라인이 사실상 한계에 부딪쳤다는 판단에 온라인시장에서 활로를 찾으려 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부터 국내 대형마트업계 최초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그룹의 모든 온라인쇼핑몰을 하나로 통합해 시너지 극대화에 나서기도 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2009년 말 신세계그룹 부회장으로 오르며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정 부회장은 부회장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온라인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온라인사업 투자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이런 점에서 신세계그룹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백화점부터 시작해 홈쇼핑까지 매우 다양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덩치가 큰 만큼 그룹 차원의 온라인사업 대응은 조금 늦어졌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최근 다양한 채널을 보유한 롯데그룹의 강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옴니채널을 강조하고 있다. 오프라인의 최강자인 롯데그룹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다면 온라인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누가 먼저 한국에서 아마존과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있을까?
◆ 정용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열어
“사람이 물건을 찾아가는 방식(person to goods)에서 물건이 사람을 찾아오는 방식(goods to person)으로 비용절감, 결품방지, 빠른 배송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 ‘보정센터’가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보정센터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이마트몰의 첫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다. 지난 6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가 9월 말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전까지 이마트는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면 주문지와 가까운 이마트 매장에서 물품을 배송했다. 복잡한 매장에서 직원들이 일일이 물건을 골라 배송하다 보니 오류가 잦았다. 하지만 이제 주문이 들어오면 보정센터에서 물품을 직접 배송한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김포에 또 하나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착공했다. 김포 물류센터는 내년 12월 완공된다. 보정센터의 2배에 가까운 물량을 소화하게 된다. 이마트는 2020년까지 모두 6개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2020년까지 이마트의 온라인부문 매출을 지금의 4배 규모인 4조2천억 원으로 끌어올리려 한다. 현재 이마트의 온라인부문 매출은 이마트 전체 매출의 5% 수준이다. 2020년 목표치를 달성하면 15~20% 수준으로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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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가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이마트> |
◆ 보정센터에 800억 투자
정 부회장은 보정센터를 위해 3년 동안 800억 원을 투자했다. 보정센터는 고객주문, 상품분류, 배송, 재고관리 등의 과정을 모두 자동화했다. 이를 위해 ECMS(Emartmall Center Management System)라고 불리는 온라인 전용 물류시스템을 이마트가 자체 개발했다
보정센터에 대한 자신감도 대단하다. 최우정 이마트 온라인담당 상무는 “이마트 보정센터는 유통은 물론 한국 물류역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보정센터의 연면적은 1만4605㎡(4418평)로 지하1층 지상 4층이다. 특히 식품 등 신선식품의 배송을 위해 최첨단 시스템과 자동화설비를 갖췄다. 보정센터에서 물품을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는 1분에 200미터를 움직인다.
◆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 대대적 공세
정 부회장은 지난달부터 SSG닷컴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SSG닷컴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몰, 트레이더스몰 등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던 서로 다른 온라인 쇼핑몰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소비자들을 한 곳으로 모아 방문자수와 매출이 증가하는 시너지를 얻기 위해서였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을 대대적으로 알리기 위해 10년 만에 TV광고를 방영하고 모든 고객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등 물량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시스템도 전면 개선했다.
지난달부터 모든 상품을 한꺼번에 비교하고 동시에 구매할 수 있도록 검색과 비교 기능을 개선했다. 포인트 적립, 가격할인 등 각종 혜택도 한 번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 갈 길 먼 정용진의 온라인사업
그러나 아직까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신세계 온라인사업이 지난 1~8월 거둔 매출은 34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3940억 원에 비해 13.5% 감소했다. 이 기간에 영업적자는 16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올해 초 통합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투입된 데다 매출마저 감소한 탓이다. 또 하반기 들어 판촉활동에 나서면서 판관비 등도 크게 증가했다.
가입자도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해 말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의 가입자를 합친 인원은 1220만 명이었다. SSG닷컴으로 통합한 현재 가입자는 1330만 명으로 100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SSG닷컴은 출범직후부터 기술적 문제로 배송오류와 결제오류가 발생하는 등 상품구매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고객들의 원성을 샀다.
신세계그룹은 상반기에 문제로 지적 받았던 시스템을 전면 개선했지만 최근에도 큰 실수를 저질러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가격을 올리면서 '0'을 하나 빼먹고 올린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쇼핑몰 특성상 협력사 직원이 가격을 직접 입력하다 생긴 오류라고 해명했다. 또 협력사가 많게 하루 수만 건씩 새 제품을 올리다 보니 모든 제품을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난을 들었다.
이마트 보정센터도 초기 배송지연 등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원래 가까운 이마트 매장에서 오던 물품들이 먼 곳에서 오다보니 배송이 오히려 더 늦어지는 일이 생긴데다 반품과정도 훨씬 복잡해졌다.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더 먼 곳에서 배송된다는 점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다.
또 여러 곳의 물량을 보정센터 한 곳에서 한꺼번에 소화하다 보니 품절되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보정센터는 현재 수도권 남부권역 15개 점포에서 담당하던 온라인 배송을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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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 다양한 유통채널 활용하려는 신동빈 회장
롯데그룹도 온라인사업 강화에 한창이다. 롯데그룹은 신세계그룹보다 출발이 늦었다. 백화점-대형마트-슈퍼-편의점-홈쇼핑까지 워낙 다양한 채널을 보유하고 있고 규모도 크다보니 온라인사업에 대해 그룹 차원의 대응이 늦어졌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자타가 공인하는 오프라인 유통의 최강자다. 업계는 롯데그룹이 보유한 강점을 활용하면 충분히 오프라인시장에서 우위를 온라인시장까지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신동빈 회장은 여러 유통채널을 소유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강점을 살려 옴니채널 쇼핑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들고 나왔다.
옴니채널(Omni-Channel)쇼핑이란 소비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쇼핑체계를 말한다.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 구경하고 물건을 고르고 온라인에서 주문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계열사 대표이사들을 한자리에 모아 옴니채널추진운영회를 열었다. 운영위원회에 정책본부 임원을 포함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정보통신, 이비카드 등 19개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모두 갖춘 롯데는 옴니채널로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옴니채널 추진은 성장지속에 아주 중요한 과제”라며 “빨리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을 목표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각각의 유통채널이 개별적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한계가 있다고 여긴다. 즉 모든 유통 채널을 결합한 서비스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자는 것이다.
◆ 뒤늦게 나선 신동빈, 온라인시장 잡을까
옴니채널 쇼핑 구축을 위해 롯데카드 내 사업부 가운데 하나였던 롯데멤버스가 독립법인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롯데멤버스는 2006년 롯데카드에서 롯데그룹 계열사의 회원제도를 통합해 출범한 서비스다. 전체 회원 수가 2700만 명에 이른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멤버스가 보유하고 있는 회원정보를 옴니채널 쇼핑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멤버스 분사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져 운영되고 있다.
롯데는 옴니채널 강화전략의 일환으로 2015년까지 ‘매장 픽업서비스’와 ‘위치기반 마케팅’을 선보이기로 했다. 아침 출근길에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식재료와 생필품을 주문하고 퇴근길에 집 근처 세븐일레븐 매장에 들려 상품을 받아가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재 롯데닷컴에서 주문한 상품을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직접 보고 찾을 수 있게 한 ‘스마트픽’ 서비스보다 한층 진화한 방식이다.
롯데그룹은 내년 초 옴니채널 관련 연구센터인 ‘롯데 이노베이션 랩’도 설립하기로 했다. 올해 말 온·오프라인에 걸친 ‘롯데 통합회원제’도 출범시킬 계획이다.
롯데그룹의 온라인 매출은 2000년 100억 원대에서 2008년 1조 원을 넘어서더니 다시 6년 만에 3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되고 시너지를 누리면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