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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오른쪽) |
애플의 아이폰6과 아이폰6플러스가 국내 상륙 초읽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와 애플 아이폰6이 사실상 처음으로 진검승부를 펼쳐지게 됐다.
그동안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양강체제를 구축했지만 한국에서 유독 약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5%에 불과하다.
이는 보조금 탓이었다. 아이폰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삼성전자 제품보다 적은 탓에 국내시장에서 좀체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누려온 ‘홈 그라운드의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제 삼성전자와 드디어 정면승부를 벌일 수 있게 됐다.
아이폰6시리즈는 지난달 19일 미국 등 10여 국가에서 첫 출시된 이후 세계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첫 주말 판매량이 1천만 대를 돌파했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시장인 중국에서 예약주문만 2천만 대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대응이 주목되는 것도 이같은 아이폰의 돌풍 때문이다.
물론 삼성전자의 전체 스마트폰 매출에서 국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하지만 국내시장이 삼성전자의 ‘안방’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애플이 국내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우는 것은 삼성전자에게 큰 부담이다.
애플의 아이폰6과 진검승부에서 삼성전자의 승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신종균 IT모바일 부문 사장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안방 잠식 가능성에 맞설 무기가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 아이폰6의 판매가격은?
애플은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31일 한국에서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출시한다고 13일 밝혔다.
애플은 “이달 안에 한국을 포함한 36 국가에서 신형 아이폰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라며 “이달 말까지 총 69 국가에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은 “올해 안에 적어도 115 국가에서 아이폰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아이폰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폰6 시리즈의 국내 출시일이 확정되면서 국내 이동통신3사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24일부터 예약접수를 시작한다고 공지했다. KT도 같은날 트위터에서 예약가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처음으로 아이폰을 출시하는 LG유플러스도 출시소식을 알렸다. 다른 두 통신사처럼 예약접수 날짜를 알리진 않았지만 동일한 24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관심사는 가격이다. 업계는 애플이 신제품을 전작과 비슷한 가격에 내놓은 전례에 비춰볼 때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5S와 비슷한 가격대를 점치고 있다. 당시 아이폰5S의 국내 출고가는 가장 저렴한 16기가바이트 모델이 74만 원(부가세 포함시 81만4천 원)이었다.
다만 아이폰6플러스는 아이폰6보다 화면이 커 가격도 비쌀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6플러스는 같은 용량의 아이폰6과 비교해 100달러 정도 비싸다.
이를 감안하면 아이폰6플러스 가격은 16기가바이트 모델이 90만~100만 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해외가격과 비교하면 비싼 편이다. 아이폰6 16기가바이트 모델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미국에서 649달러, 일본에서 6만7800엔에 판매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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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가 지난달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아이폰6'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
◆ 아이폰, 국내점유율 5%벽 넘나
아이폰6시리즈의 국내 출시일이 확정되면서 애플이 ‘외국산 스마트폰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얼마나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애플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1.9%다. 중국업체들의 거센 도전으로 점유율이 하락세지만 삼성전자(25.2%)에 이어 여전히 2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에서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령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고전하고 있다. 현재 아이폰 국내 점유율은 5%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폰이 그동안 국내시장에서 힘을 쓸 수 없었던 것은 국내 통신사들이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 제품에 더 많은 보조금을 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5S의 경우 통신사 보조금이 약 13만 원 정도였다. 대리점마다 편차가 있었지만 많이 지급한 곳도 당시 법정 지급한도액인 27만 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었다.
아이폰과 달리 국내 스마트폰에 많은 보조금이 지급됐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4 LTE-A’는 출고가가 95만4800 원이었지만 판매 열흘도 안 돼 50만 원이 넘는 보조금이 투입돼 4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출시된 LG전자의 ‘G3’는 판매 첫날부터 공짜폰으로 팔리며 ‘G3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애플이 전보다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통신사들의 차별적 보조금 지급 관행이 단통법 시행으로 사라지게 돼 애플이 국내 제조사들과 동일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조금 규모가 크게 축소되면서 아이폰과 국내 스마트폰 사이에 가격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따라서 싼 가격 때문에 국내 제조사 제품을 샀던 소비자들이 대거 아이폰으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아이폰의 국내가격이 해외보다 비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에서 공기계를 구입해 국내 통신사를 통해 개통하는 소비자들도 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단통법에 따라 자급제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최대 12%의 통신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LG유플러스가 아이폰을 출시한다는 점도 아이폰이 국내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을 뒷받침한다.
7월 말 기준 LG유플러스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19.74%다. 단통법 시행으로 예전처럼 보조금을 무리하게 집행하긴 어렵겠지만 할인이나 사은품 증정 등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20% 점유율을 회복하려 할 수 있다.
◆ 대화면 아이폰, 국내 소비자 끌어들일 듯
아이폰6과 아이폰6플러스가 대화면을 탑재한 점도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부분이다.
아이폰6은 4.7인치, 아이폰6플러스는 5.5인치 화면을 장착했다. 4인치였던 아이폰5S보다 화면이 대폭 커졌다.
이는 5인치 이상 ‘패블릿’ 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아이폰의 작은 화면을 지적하며 구매를 주저하는 경향을 보였다.
IDC에 따르면 2012년만 해도 국내 스마트폰시장에서 5인치 이상 제품의 비중은 20~40%대였다.
하지만 대화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패블릿은 지난해 1분기 5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에 이 비중이 63%까지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강경수 연구원은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폰으로 옮긴 소비자의 35%가 아이폰의 작은 화면크기를 지적했다는 조사가 있다”며 “애플이 대화면 제품을 선보인 만큼 이탈했던 소비자들이 다시 아이폰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연구원은 “아이폰은 국내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최대 20%까지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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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갤럭시노트4 월드투어 2014, 서울' 행사에서 신제품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엣지'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블로그> |
◆ 갤럭시노트4 내놓은 삼성전자의 고민
애플 아이폰6의 국내출시를 바라보는 삼성전자의 속내는 복잡하다.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상황에서 애플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와 맞대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폰6에 대항하는 삼성전자의 무기는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노트4다. 삼성전자는 화면 해상도와 램, 카메라 성능 등 하드웨어 면에서 아이폰을 크게 앞선다고 설명한다.
최대 관건은 가격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아이폰시리즈와 비슷하거나 더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판매해 왔지만 통신사 보조금이 많았던 덕에 국내시장을 절반 이상 점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단통법을 통해 보조금을 엄격히 제한하고 국내외 제품간 차별정책도 금지하면서 삼성전자가 누렸던 혜택이 사라지게 됐다.
갤럭시노트4의 국내 출고가는 95만7천 원이다. 2년 약정을 기준으로 SK텔레콤은 11만1천 원(LTE 100)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KT는 12만2천 원(완전무한 97), LG유플러스는 11만 원(LTE8 무한대 89.9)을 지원한다.
소비자들은 보조금 혜택을 받을 경우 갤럭시노트4를 84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를 신형 아이폰과 비교하면 더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1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고 가정하면 아이폰6은 70만~80만 원대, 아이폰6 플러스는 80~90만 원대 정도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에 맞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출고가 인하를 단행할지 아니면 프리미엄 전략을 지키기 위해 고가정책을 고수할 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선택이 쉽지 않아 보인다.
◆ 아이폰6에 대항하는 삼성전자의 무기는 무엇인가
삼성전자의 또 다른 고민은 아이폰6에 대항할 만한 마땅한 제품이 없다는 것이다.
애플은 4.7인치 아이폰6과 5.5인치 아이폰6플러스를 통해 국내시장을 공략한다. 이 가운데 아이폰6플러스의 상대로 갤럭시노트4가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알파’로 아이폰6에 맞서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알파는 4.8인치 화면을 탑재하고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메탈소재를 적용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아이폰6의 맞수로 거론된다.
다만 삼성전자가 갤럭시알파로 아이폰6 돌풍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갤럭시알파의 성능이 아이폰6과 견주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대부분의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이 풀HD 이상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는데 비해 갤럭시알파는 HD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배터리 용량의 경우 1860mAh로 1810mAh인 아이폰6보다 조금 많지만 아이폰 시리즈의 배터리 효율이 갤럭시 시리즈보다 훨씬 앞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또 갤럭시알파가 출시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난 만큼 신제품 출시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