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했던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의 도입시기를 미루기로 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평형수처리장치 도입이 의무화될 경우 노후선박의 교체수요로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당분간 이런 기대를 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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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가 7일 영국 런던에서 해양환경보호위원회를 열고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의 발효에 따른 선박평형수처리장치의 의무설치기한을 2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선박평형수는 선박이 무게중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채워 넣는 바닷물이다. 장거리 운항을 하는 선박의 경우 출항지에서 실은 물을 다른 나라 항구에서 버리게 되는데 출항지에 서식하던 해양생물들이 그대로 배출돼 인접바다의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는 2004년에 회원국이 보유한 모든 선박에 대해 선박평형수처리장치의 설치를 강제화하는 내용의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을 채택하고 지난해 비준했다.
국제해사기구는 애초 올해 9월8일부터 이 협약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르웨이 등 일부국가가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설비의 도입시기를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국제해사기구는 일부 회원국의 반발을 감안해 선박평형수처리장치의 설치기한을 최대 2024년까지 늦추기로 했다.
2014년 9월8일 이전에 정기검사를 받은 선박과 이후에 정기검사를 받은 선박을 나눠 선박평형수처리장치의 설치기한을 다르게 했다.
2014년 9월8일 이전에 정기검사를 받은 배의 경우 애초 2022년까지 이 설비를 장착해야 했으나 2024년 9월까지 기한이 연장됐다. 2014년 9월8일 이후에 검사를 받은 선박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2022년 9월까지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달아야 한다.
새로 건조되는 선박의 경우 올해 9월8일부터 선박평형수처리장치의 설치와 관련한 의무사항이 적용된다.
조선업계는 선박평형수처리장치의 도입시기가 뒤로 밀린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선주들이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도입하는 것보다 노후선박을 새 선박으로 교체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해 발주를 늘릴 것으로 봤으나 국제해사기구의 결정으로 발주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주들이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척당 평균 100만~2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정기검사비용까지 감안하면 1천만 달러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5년 이상된 선박을 보유한 선주들의 경우 이 장치를 설치해 5~10년가량 운영하는 것보다 새로운 선박을 발주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로부터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