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이 높은 임대료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면세점업계가 이런 어려움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과열경쟁에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8월31일 제주공항 출국장 면세점을 폐점한다. 사드보복으로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임대료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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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 면세점. |
한화갤러리아가 제주공항에 납부하는 임대료는 연간 250억 원이다. 하지만 현재 면세점 월간 매출이 몇 달째 20억 원가량에 머물고 있다.
면세점사업자가 임대료 부담 때문에 특허권을 자진해 반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해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던 신세계조선호텔은 2015년 말 적자가 누적되자 사업권을 반납했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조선호텔을 통해 2013년 7월에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손에 넣었다. 그 뒤 2년여 동안 김해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했지만 적자가 심해지면서 결국 사업권을 반납했다. 적자규모는 300억~35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면세점사업자들은 공항공사 측에 한시적이라도 임대료를 낮춰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항공사 측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정한 입찰가를 임의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항면세점 입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대료도 큰폭으로 치솟았다.
한화갤러리아가 입점하기 전 제주공항의 면세점 임대료는 연간 100억 원가량이었다. 그러나 한화갤러리아가 2014년 사업권을 따오기 위해 임대료를 기존 사업자보다 2배 이상 높게 제시했다.
신세계조선호텔 역시 김해공장 면세점 경쟁입찰에서 DF1구역에 연간 임대료 641억 원을 제시했다.
기존에 면세점 전체구역을 운영했던 호텔롯데가 낸 연간 임대료는 500억 원이었는데 이보다 140억 원이나 많은 금액을 써낸 것이다.
당시 호텔롯데조차 연간 100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던 상황에서 신세계조선호텔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세계 1위 공항면세점인 인천공항 면세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호텔롯데는 국내 1위 면세점사업자이지만 인천공항 면세점에서는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다.
호텔롯데는 2015년 초 진행된 3기 인천공항 면세점사업자 선정 당시 8개 구역 임대료로 6조4200억 원을 써냈다. 호텔신라가 제시한 3조9천억 원, 신세계조선호텔이 제시한 2조2천억 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호텔롯데는 이 가운데 4개 구역을 따내 5년 동안 3조6천억 원의 임대료를 내게 됐다. 한해에 내야하는 임대료만 7200억 원으로 지난해 기준으로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매출 1조1455억 원의 62.8%에 이른다.
보통 임대료를 5년 동안 나눠서 내는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첫해에 적게 내고 뒤로 갈수록 임대료를 많이 내게 된다.
호텔롯데가 지난해 인천공항공사에 낸 임대료는 45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부담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