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미국 고등훈련기사업을 수주하는 데 '천군만마'의 지원을 받았다.
하 사장은 사표를 미리 써놓고 미국 고등훈련기 수주를 위해 뛰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강력한 지원사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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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록히드마틴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공동으로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A를 미국 공군이 사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방산기업이 개발한 전투기를 더 살 의향이 있다면서 미국 공군이 노후화된 고등훈련기 T-38C를 교체하기 위해 후보기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기업이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여한 T-50A을 선택하는 것이 어떠냐는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미국 고등훈련기 수출사업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다. 미국 고등훈련기사업은 초기물량만 350대, 약 17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추가 교체수요와 제3국으로의 수출규모까지 더하면 사업규모가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 사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을 반드시 수주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물론 국내 항공우주산업이 획기적으로 도약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이 사업을 수주하지 못할 경우 사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직서를 제출하며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미국 고등훈련기사업을 수주하는 데 정부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
하 사장은 4월에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정부에서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됐던 태스크포스가 이미 와해된 상태”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지원에 나서면서 하 사장은 미국 고등훈련기사업 수주에 더욱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전임 사장들이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하고 교체되기도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대주주가 정책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뒤 한국항공우주산업 안팎에서 하 사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는데 이번에 문 대통령이 미국 고등훈련기사업 수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하 사장은 거취를 놓고 불안감을 벗어던진 채 수주에 총력전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은 올해 말에 후보기종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항공우주-록히드마틴 컨소시엄과 사브-보잉 컨소시엄이 경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