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그룹이 LCD패널을 대체할 성장동력으로 올레드TV패널을 점찍고 사업진출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중소형올레드에서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형올레드시장을 독점한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이 이미 압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실질적인 위협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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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23일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홍하이그룹에 인수된 샤프가 일본 디스플레이공장에 약 6천억 원을 투자해 올레드TV패널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샤프는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신규공장을 가동해 초반에는 모바일 올레드패널을 생산한 뒤 점차 대형올레드패널로 전환투자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홍하이그룹은 지난해 샤프 인수를 발표한 뒤 중소형 올레드 생산라인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은 글로벌 2위 업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올레드 대규모 추가투자에 나서며 원가경쟁력을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끌어올린데다 LG디스플레이도 적극적으로 사업확대에 나서자 부담을 안은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이미 내년 아이폰에 탑재할 올레드패널 물량도 삼성디스플레이에 독점공급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구글과 중국 제조사 등 이외 고객사를 대거 확보할 공산이 크다.
샤프는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와 달리 중소형올레드사업의 경험이 없어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자 경쟁이 덜한 올레드TV패널 쪽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올레드시장을 독점한 만큼 경쟁자 수도 적고 글로벌 올레드TV시장도 아직 초기단계라 후발주자가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샤프는 올해 들어 자체 TV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자신감을 찾고 있다. 향후 LG전자와 같이 올레드TV 제품과 패널을 모두 자체생산하는 수직계열화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에 이어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TV업체들, 중국 제조사들까지 가세하며 올레드TV시장은 급속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는 올레드TV 글로벌 판매량이 올해 148만 대에서 내년 230만 대, 2019년 380만 대로 급성장하며 대형올레드패널의 공급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샤프가 대형올레드패널 양산을 시작하면 LG디스플레이에 이은 2위 업체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중국 패널업체들도 올레드TV패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샤프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훨씬 앞서있기 때문이다.
홍하이그룹은 올해 중국과 미국에 모두 20조 원 가까운 금액을 들여 대형디스플레이공장 3곳을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대형올레드 생산라인을 구축해 물량도 크게 늘리면 충분히 LG디스플레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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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
하지만 샤프가 대형올레드에서 목표를 실제로 이뤄낼 수 있을지에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올레드TV패널은 공정기술이 특히 까다로워 샤프가 목표로 하는 대형패널의 수율을 확보하기 무척 어렵다. 65인치패널의 경우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까지 수율이 50% 안팎에 불과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TV패널에서 수년째 고전하다 평균수율을 80%까지 끌어올린 올해부터 마침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시장확대에 본격적으로 성과를 보고 있다. 샤프가 지금 사업에 뛰어들어도 실제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사이 LG디스플레이의 수율과 원가경쟁력도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여 샤프가 시장진출에 성공해도 LG디스플레이와 맞설 수준에 이르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대형올레드패널 출시 전 연구개발기간까지 포함하면 LG디스플레이는 이미 7년 정도의 사업경험을 갖추고 있다”며 “경쟁사 상황을 알기는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올레드TV패널에 새로 진출하는 기업은 적어도 4~5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