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특허전쟁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벌이고 있는 특허전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중재재판을 신청했다.

삼성전자는 MS와 분쟁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두 기업의 오랜 동맹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MS를 상대로 국제상공회의소(ICC) 국제중재재판소 홍콩재판소에 중재신청을 냈다고 블룸버그가 8일 보도했다.

이런 사실은 MS가 지난 8월 초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내며 제출한 서류가 7일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MS는 삼성전자가 자사와 맺은 특허사용권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서류에서 중재신청을 낸 이유에 대해 “적정 특허료가 얼마인지와 관련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재장소로 홍콩을 선택한 이유와 얼마를 예상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제니퍼 크라이더 MS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MS와 삼성전자는 사업협력과 관련된 논의를 뉴욕에서 하기로 계약서를 통해 이미 합의한 상태”라며 “우리는 여전히 그 계약이 유효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MS는 2011년 9월 상대방의 특허를 함께 쓴다는 ‘크로스 라이선스(상호특허사용)’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계약에 따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기기를 생산할 때마다 MS에 특허료를 지불했다.

하지만 MS가 지난해 9월 노키아의 휴대전화사업 부문을 인수해 삼성전자의 특허를 이용하게 되자 삼성전자는 계약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특허료 지급을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밀린 특허료 원금을 지불했지만 MS는 지급 연체로 발생한 이자를 받아야 한다며 8월 소송을 냈다. MS는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대로 노키아 인수가 삼성전자와 MS의 특허사용권 계약을 위반한 것인지 법원의 판단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번 소송을 통해 특허료를 과연 얼마나 깎을 수 있을지에 관심을 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소송장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0억4천만 달러를 로열티 명목으로 MS에 지급했다.

이를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판매량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특허료는 대당 2.6~2.7달러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저가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항하려면 스마트폰 가격을 내려야 하는데 이 때문에 제조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로열티 줄이기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삼성전자와 MS의 특허분쟁이 확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양사의 동반자 관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MS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7년 동안 크로스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 등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물론 아직 지켜 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직접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했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