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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연구센터 유치전이 한동안 잠잠했는데 다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본격적인 탈핵국가 시도와 함께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울산시의회는 19일 본회의에서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울산 설립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들은 “울산이 산업 인프라와 사업수행능력, 연구기관 등을 따져볼 때 원전해체산업의 최적자”라고 주장했다.
울산시는 에너지융합산업단지 안에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부지를 확보할 수 있고 고리1호기와 가까우면서도 수혜시설이 없는 울주군을 연구센터 유치지역으로 지목했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올해부터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원전해체 기술 개발 연구를 위한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울산과학기술원은 3월 원전해체핵심요소기술 원천기반 연구센터를 개소했고 지난달에는 일본대사관의 아베 요이치 과학관과 한일 원전해체 공동 연구센터 설립을 논의했다.
부산시도 연구센터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부산은 지난해 7월 고리1호기가 위치한 기장군에 원전해체센터를 설치할 것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제안했다. 최근까지도 한수원과 실무협의를 진행하면서 331억 원 규모의 연구센터 건립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조만간 한수원과 공동으로 원전해체 비즈니스 포럼을 열기로 했다. 고리1호기 해체 로드맵과 해체 절차, 원전해체산업 발전 방향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아르곤연구소와 원전해체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절차도 진행 중이다.
경상북도도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유치에 관심이 많다. 경북은 국내 원전 25기 가운데 12기가 경북에 있고 2015년부터 경주에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가동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경상북도는 방폐장이 있는 경주를 후보지로 낙점하고 2015년 대구시·경주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경북지역 대학교, 연구소 등 19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4년부터 1473억 원 규모의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당시 부산, 울산, 경북 등 8개 지자체가 유치의사를 나타내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한 결과 편익비용은 0.26, 정책평가도 0.249에 그치며 기준에 미달해 사실상 사업은 무산됐다.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저조하게 나온 것은 원전해체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해체기술센터 건립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래부의 사업에 산업부 산하기관인 한수원이 몽니를 부린 셈이 돼 미래부와 산업부의 알력다툼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결정하면서 원전 해체기술 확보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됐다. 고리1호기 해체를 기회로 삼아 원전해체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이에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앞두고 지자체들도 다시 분주하게 뛰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선언은 이들의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원전해체센터를 영남지방에 짓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원전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원전해체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도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덕광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원전해체기술센터 건립 근거를 명문화하고 한수원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원자력 진흥법 개정안과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핵로드맵이 나올 경우 국회 입법절차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원자력진흥법 개정안은 원전해체기술을 원자력진흥위원회와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서 다루도록 한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원자력이용부담금을 원전해체산업 발전에 쓰도록 하고 있어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건립과 유지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전 세계 원전해체 시장이 2030년 500조 원, 2050년 1천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해체를 완료한 원전은 19기에 불과해 빠르게 관련기술을 확보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전해체 핵심기반기술은 38개로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23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21년까지 핵심기반기술과 34개 실용화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2030년까지 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