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발언을 수습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정인 특보에게 별도로 연락을 해 (문 특보의 발언이) 앞으로 있을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을 놓고 엄중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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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 |
이 관계자는 “문 특보가 미국에 가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사전조율은 없었다”며 “문 특보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개인 아이디어 중 하나로 보면 될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문 특보는 16일 한국의 동아시아재단과 미국의 우드로윌슨센터가 공동주최한 세미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두 가지를 제안했다”며 “첫 번째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 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인데 내 생각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가 끝난 뒤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며 “방어용 무기체계인 사드 때문에 동맹이 깨진다면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온다는 것에도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문 특보의 이런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상황에 방해가 된다며 야당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은 19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문 특보는 외교·안보의 폭탄이나 마찬가지”라며 “문 특보는 사퇴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개인 발언으로 치부하지 말고 강하게 대처하라”고 요구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도 의원총회에서 “문 특보의 발언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좌충우돌 평지풍파를 일으킨 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반도에 가져올 종합적 문제를 미국 조야에 신중히 전하는 게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 정도"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발언 내용은 옳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외교와 통일·안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다.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외교가의 마당발’로도 불린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도 대북정책을 만드는데 관여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수행해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제주도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미국국제정치학회 이사 및 부회장, 한반도 평화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등을 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