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농협을 택배사업 경쟁자로 새로 맞이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이 한진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농협 택배진출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농협의 자회사인 농협물류는 한진과 손을 잡고 농협 경제사업장 4천여 곳에 택배취급점을 설치한다고 15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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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왼쪽)와 김문규 농협물류 대표. |
농협은 직접 배송하는 주체가 아닌 만큼 택배사업에 나선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약으로 경험을 쌓아 직접 택배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농협이 수년 동안 택배시장에 눈독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설은 10년 째 이어지고 있다. 2007년 동아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 시작이다. 2010년에는 로젠택배 인수를 추진한다는 말이 돌았으며 2014년부터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적극적인 진출 준비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우체국택배의 토요휴무가 폐지되면서 "농어민의 불편을 덜기 위해 택배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농협의 명분이 흐려졌을 뿐 아니라 한국통합물류협회(물류협회)의 반발이 워낙 거세 2년 만에 준비를 접었다.
당시 물류협회는 “거대공룡인 농협이 택배시장에 뛰어들면 포화 상태에 있는 국내 택배시장은 공멸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면 CJ대한통운은 택배시장 점유율 44%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상대를 만나게 된다. 농협은 자산이 300조 원에 이르는 데다 수천 개의 오프라인 매장 등 전국적인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새 경쟁자가 등장하면 택배 운임단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실제로 우체국이 택배시장에 진출한 2000년 이후 택배 운임단가는 반토막났다. 2000년대 초 4천 원가량이었지만 현재 2천 원 수준이다.
CJ대한통운은 그동안 물동량 증가에도 낮은 단가 때문에 택배사업에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내년 자동화설비를 가동해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단가가 여기서 더 떨어질 경우 이런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농협은 민간 택배업체와 달리 증차 제한 등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위협적이다.
민간 택배업체들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자가용 화물자동차(하얀색 번호판을 단 화물차량)로는 운송행위를 할 수 없고 영업용 번호판을 허가받아야 한다. 반면 농협은 농업협동조합법에 의거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현재 국회에 영업용 화물차량을 등록제로 바꾸는 법안이 계류돼 있지만 이 법안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부족한 화물차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증차여력이 충분한 CJ대한통운에게 호재다. 반면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반대할 명분은 줄어들게 된다.
농협 관계자는 "택배서비스를 해달라는 요구가 많아 과거에 기존 택배회사의 인수 등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